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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멀어지는 은산분리 완화… ‘금융 메기’ 인터넷은행 고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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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멀어지는 은산분리 완화… ‘금융 메기’ 인터넷은행 고사하나

입력
2017.11.16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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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 의원 23명 중 5명 반대

5명은 입장 보류, 4명 설문에 불응

與의원 9명 중 4명이 강경 반대

文정부 5년간 국회 넘기 힘들 듯

속타는 업계 “국회 정치논리 갇혀”

“기존 법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면 된다. 혁신을 하려면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케이뱅크와 관련한 특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명분도 없다.”(이학영 민주당 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중 절반 가까이(43%)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소유 제한)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에 대해 ‘반대’ 또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입장 보류)’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열린 새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인터넷은행에 대한 특혜 인가 의혹을 비롯해 각종 지적 사항이 쏟아지자 애초 은산분리 완화에 긍정적이었던 의원들도 대거 ‘보류’로 돌아섰다. 특히 여당의원 9명 중 4명이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어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한 특례법이 연내는 물론 문재인 정부 집권 5년 동안 국회 문턱을 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본보가 정무위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입장을 직접 문의한 결과, 전체 23명 중 5명(21%)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 동안 인터넷은행 발전을 위해선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단 의견을 내왔던 민병두ㆍ정재호(민주당) 의원과 이진복ㆍ김성원(자유한국당) 의원 등 5명은 입장을 보류했다. “국감 때 제기된 여러 특혜 의혹이 해소될 때까진 지켜봐야 한다”(정재호)거나 “인터넷은행 인가 취지와 맞지 않게 지금처럼 고신용자 위주의 영업을 지속하면 굳이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줄 이유가 없다”(민병두)는 게 이유다. 개인 소신 등을 내세워 설문에 응하지 않은 4명을 빼면 정무위 의원 19명 중 10명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셈이다.

정무위 소속 의원들의 이 같은 성향을 감안하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담은 특례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긴 불가능해 보인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소속 의원은 총 10명(민주당 4명, 자유한국당 3명, 국민의당 1명, 바른정당 2명)인데,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만 상임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정무위 법안소위는 합의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단 한 명이라도 반대하는 법안은 상임위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이미 정무위 법안소위 소속 민주당 의원 4명 중 2명(이학영·제윤경)이나 강경 반대파란 점에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여당의원들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것은 굳이 인터넷은행이라고 특혜를 줄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인터넷은행이 혁신을 하려면 반드시 정보기술(IT)기업이 대주주가 돼야 한다는 당국의 논리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제 의원은 “은행은 소비자보호가 중요한 산업인데 IT기업이 대주주가 되면 오히려 이익에 매몰돼 산업 리스크를 더 키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한번 원칙이 훼손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새로운 예외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관계자도 이날 “민주당이 반대하는 한 은산분리 완화는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인터넷은행들은 속이 타 들어가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자본금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소유지분이 늘어나면 공격적으로 증자에 나설 수 있어 훨씬 안정적으로 은행 경영을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정치 논리에만 갇혀 이런 부분이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종진 명지대 교수는 “주도적 의사결정 역할을 해야 할 KT와 카카오의 의결권 지분이 4%에 그쳐 시간이 지나면 이들의 발언권이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다”며 “인터넷은행의 인기와 금융권 메기 역할 등을 고려하면 은산분리 논리에만 집착하고 있는 국회의 획기적인 사고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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