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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사라져가는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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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사라져가는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

입력
2017.02.1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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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의 한 절벽에서 어미 수리부엉이가 둥지에서 새끼들을 돌보고 있다.
경기 파주의 한 절벽에서 어미 수리부엉이가 둥지에서 새끼들을 돌보고 있다.

겨울이 서서히 물러나고, 봄기운이 올라옵니다. 시골 5일장에는 달래향이 물씬 오르고 있습니다. 아직 봄이라 하기에는 어렵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로 따가운 시선을 받던 겨울철새들도 북상할 채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번식하는 조류는 바로 수리부엉이입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되어 있기는 합니다만 도심주변에도 서식할 정도로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이 삽니다. 야행성에다가 조용히 비행하는 습성 때문에 우리가 잘 모를 뿐이죠.

수리부엉이는 유라시아 대륙 전체에 가장 넓게 서식하고 있는 대형 부엉이입니다. 수리부엉이라는 말은 대형 맹금류인 수리와 같이 크고 매서운 부엉이라는 의미죠.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올빼미와 부엉이를 많이 사용합니다. 우각이라고 하여 뿔처럼 생긴 깃털이 있는 종들에게 대체로 부엉이라고 하고, 이 깃털이 없이 동그란 머리를 가진 종들을 올빼미라고 합니다. 수리부엉이는 가장 대형의 부엉이류에 속하며 암컷은 75㎝, 날개 편 너비는 180㎝에 달해서 성인의 키에 달할 정도로 큽니다.

맹금류는 일반적으로 수컷이 암컷보다 작은 특징이 있는데 이는 수리부엉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외형의 차이는 거의 없지만, 수컷의 깃이 암컷에 비해 더 똑바로 일어선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하지만 야생에서 이를 이용하여 성 감별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요. 수리부엉이의 몇 가지 특징을 보자면 다리와 발가락 끝까지 깃털이 나 있습니다. 눈이 있는 곳에서 사냥해야 하는 동물들은 발이 시릴 수 있겠죠? 겨울철에 많이 관찰되는 큰소쩍새도 발가락까지 깃털이 나있습니다만 여름철에 주로 관찰되는 소쩍새는 발가락에 털이 없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 하더라도 이점으로 추정이 가능하지요.

유럽에서 조사된 바에 따르면 유럽 전체 올빼미들 중 가장 큰 익면하중(날개면적에 실려야 하는 자기체중의 비율로 날개면이 좁고 체중이 많이 나가면 비행이 느려진다)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민첩하게 비행하는 솜씨를 가진 조류는 아니라는 뜻이죠. 사뿐사뿐 날아서 사냥을 하되 조용히 비행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먹이동물에게는 참으로 무서운 사냥꾼일 겁니다.

국립생태원 관계자가 충남 아산 부석초등학교에서 발견한 수리부엉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국립생태원 관계자가 충남 아산 부석초등학교에서 발견한 수리부엉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수리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발톱이 큰 것은 아니지만 발은 강력하고 힘이 셉니다. 이는 먹이를 사냥하는 방식과도 상관이 있습니다. 수리류는 일반적으로 날카로운 발톱을 먹잇감에 찔러 넣어 내부 장기손상을 유발, 출혈시키는 반면 올빼미류의 발톱은 먹이가 죽을 때까지 잡아두는 성격이 짙습니다. 수리부엉이의 발톱은 거대하기도 하려니와 그 쥐는 힘은 조류들 중 가장 강력한 축에 속한다니 잡힌 동물들은 빠져나갈 방법이 없겠습니다. 더구나 제일 바깥쪽 네 번째 발가락은 뒤로 회전할 수 있게 되어 먹이를 잡을 때는 십자포화를 그릴 수 있는 특징도 있습니다.

먹잇감은 곤충에서부터 중형 포유류까지 사냥할 수 있는 한, 거의 모든 종을 대상으로 합니다. 심지어 여우나 어린 사슴까지도 잡는 경우도 있답니다. 먹잇감의 상당부분은 시궁쥐와 같은 인간 거주지 서식 야생동물이 포함되는데, 이는 야행성의 특징을 살려 인간의 간섭을 덜 받으며 사냥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3월 천안의 한 골재장에서 발견된 새끼 부엉이 두 마리가 나란히 앉아 있다.
지난 해 3월 천안의 한 골재장에서 발견된 새끼 부엉이 두 마리가 나란히 앉아 있다.

둥지는 보통은 절벽에 틀지만, 도심지 인근에서는 레미콘 공장의 탑이나 짓다 만 아파트 단지에서도 번식을 합니다. 사실 둥지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맨땅에 알을 낳고, 품습니다. 보통은 2,3개 정도의 알을 낳지만, 약 3일간의 산란간격이 있어 새끼들의 연령차이가 생깁니다. 32,33일 정도 알을 품으면 부화되죠. 먹잇감이 풍부하다면야 모두 키워내기도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허약한 새끼를 먹이로 삼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비정할 수 있지만 이것은 자연의 방식을 뿐이죠.

추적기를 부착한 수리부엉이가 지난 해 10월 22일 충남 예산을 떠나 80㎞가 넘는 여정을 거쳐 11월 28일 새로운 빈 공간을 찾아낸 것을 지도에 담았다.
추적기를 부착한 수리부엉이가 지난 해 10월 22일 충남 예산을 떠나 80㎞가 넘는 여정을 거쳐 11월 28일 새로운 빈 공간을 찾아낸 것을 지도에 담았다.

수리부엉이는 다른 조류에 비해 꽤나 오랫동안 새끼를 돌봅니다. 5월 중하순이 되면 새끼는 둥지를 떠나지만 둥지 1㎞ 인근에서 어미의 돌봄을 받다가 10월 중하순 경 독립을 합니다.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어린 개체가 약 두 달에 걸쳐 충북 청주시까지 70㎞를 이동하여 정착한 경우도 있었죠. 다행히 그 세력권을 빨리 확보하면 번식도 가능하겠지만 떠돌이 생활이 끝나는 2,3년생 정도 되어야 비로소 번식이 가능해집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 수많은 위협요인을 맞닥뜨리고 죽게 되겠죠.

충남 아산 21번 국도에서 로드킬을 당한 수리부엉이 사체가 도로 위에 놓여있다.
충남 아산 21번 국도에서 로드킬을 당한 수리부엉이 사체가 도로 위에 놓여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수리부엉이의 위협요인은 다양합니다. 물론 기아와 같은 자연적인 원인도 존재하며, 질병도 영향을 줍니다. 이번 겨울에는 조류인플루엔자에 의해 전국적으로 적어도 4마리가 죽었습니다. 아마도 바이러스를 보유하는 오리류를 잡아먹고 감염되었을 것이 확실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위협요인은 유리창 충돌이나, 차량충돌, 2차 독극물 중독, 밀렵, 감전 등과 같은 인간 활동의 결과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지난 6년간 자료를 보면 죽지 않고 살아서 구조된 경우는 전체 290마리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건물과 전선 충돌이 20.3%, 차량충돌이 18.6%, 그물망 등에 얽혀 구조된 경우는 7.2%, 덫 등에 걸린 경우가 3.5% 등으로 인간에 의한 원인은 절반이 넘습니다. 우리 주변의 제왕적 풍모를 지닌 수리부엉이는 이렇게 사람에 의해 조금씩 쓰러져가고 있습니다.

글·사진=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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