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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원전 절반 건설 美 웨스팅하우스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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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원전 절반 건설 美 웨스팅하우스 몰락

입력
2017.03.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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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日 도시바가 인수했지만

원전 규제 확산 역풍 못 견뎌

130년 역사 뒤로하고 파산 신청

한국 고리1호기 기술 전수하기도

일본 도시바가 미국 내 원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의 파산보호신청을 29일 미 연방법원에 냈다고 NHK가 전했다. 사진은 일본 가와사키에 있는 도시바 연구개발센터 전경.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 도시바가 미국 내 원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의 파산보호신청을 29일 미 연방법원에 냈다고 NHK가 전했다. 사진은 일본 가와사키에 있는 도시바 연구개발센터 전경.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 도시바(東芝)의 미국 원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29일(현지시간) 미 연방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세계 원전 절반을 건설한 130년 전통의 원자력발전 대명사가 몰락하면서 세계 원전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10여년 전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일본 모기업 도시바도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됐다.

도시바는 이날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연방파산법 11조에 의거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고 발표했다. 도시바이사회는 앞서 오전 웨스팅하우스의 파산보호 신청을 사전승인했다. 미국 연방파산법 11조는 경영난에 처한 기업이 채무조정 등을 통해 기업회생을 꾀하는 파산보호 절차로, 해당 기업은 채무상환을 잠정 유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도시바는 2017년 3월 연결결산(2016년 4월~2017년 3월)에서 총 1조100억엔(약 10조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자산보다 부채가 6,200억엔(약 6조2,000억원) 많아지게 됐다. 도시바는 일단 웨스팅하우스 처리방향을 확정함에 따라 오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재정상태 보전을 위한 방안으로 반도체분야 분사 계획을 승인할 예정이다.

도시바는 지난 2006년에 6,000억엔 이상을 투입해 웨스팅하우스를 매수하고 해외 원전사업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원전 규제가 강화되면서 역풍에 직면했고, 웨스팅하우스에서 7,000억엔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모회사인 도시바의 재무상황도 위기에 처하게 됐다. 도시바는 외국 원전사업에서 철수할 계획이다. 다만 폐로 등 일본내 사업은 유지하면서 엘리베이터나 철도 시스템 등 인프라 분야는 계속한다는 구상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일본의 원전 수출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여러가지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원전수출을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던 일본 정부도 작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웨스팅하우스가 무너진 것은 세계 원전사업의 리스크를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건설하고 전세계 원전의 절반 가까이에 원천기술을 제공한 주인공이다. 한국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1호기 건설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전수로 시작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전건설에 대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가운데 2011년 3월 일본 도호쿠(東北)대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6기 중 3기에서 멜트다운(원자로 노심부가 녹는 사태)이 발생하면서 그간의 성공스토리가 빛이 바랬다. 게다가 새로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원전보다는 석유나 석탄 개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어서 파산보호 절차가 진행돼도 웨스팅하우스의 앞길은 불투명하다. 또 웨스팅하우스 사태의 영향으로 원전분야에 대한 투자기피 현상까지 나오고 있어 관련업계는 상당한 역풍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조지아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4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지만 일부 발주처는 새로운 원전건설업자에게 공사를 맡길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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