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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통일에 대한 한미 인식 공유

입력
2015.06.2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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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 워싱턴 미국 의회 의사당내 회의실. 미 정부, 의회 그리고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모인 비공개 회의가 열렸다. 한반도에서 발생 가능한 위기 상황에 대한 의견 교환이 목적이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미국 전문가는 핵 능력을 갖춘 북한의 도발과 그에 따른 국지적 제한전의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놀랍게도 이어진 토론에서 미국 인사들은 “북한이 도발할 경우 확전되지 않도록 한국의 과잉 반응을 자제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유일한 한국 국적자였던 필자는 한국과 미국의 목표 및 이해 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 가능함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한반도 통일 관련 비공개 회의에서도 이어졌다. 워싱턴은 한국 이외의 지역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논의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론에 힘입어 국내에서는 물론 우리의 주요 동맹국인 미국 내에서도 통일에 대한 논의가 많아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의 통일 구상에 대하여 지지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우리 주도의 통일에 대한 당위성을 인정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워싱턴의 통일 논의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평화적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결과물로서 통일은 지지하지만, 그 과정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어떠한 과정을 통하여 통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의문들을 가지고 있다. 특히 통일로 가는 여러 방안 중에서 한국과 미국 간에 어떠한 입장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당위성의 설득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반면, 체계적인 현실적 논의는 아직 결여된 것이다.

워싱턴에서 상정하고 있는 통일 시나리오는 크게 세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 북한의 현 정권이 우리의 통일 의지에 화답하여 점진적으로 통일을 해가는 것이다. 가장 안정적인 통일 방안이다. 그러나 이곳의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 현 정권의 역사와 성격을 볼 때 그 실현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둘째, 북한의 현 정권이 성격을 달리하는 정권으로 교체된 경우이다. 이 경우 새로 등장한 북한 정권의 성격, 그 정권이 추진하는 개혁의 성패,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에 따라 통일의 가능성이 달라진다. 셋째는 미국 전문가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도, 정치적 외교적으로는 가장 민감하게 여겨지는 북한 내부 급변사태에 따른 통일이다.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3월 흡수통일을 언급했다가 북한의 비난은 물론 국내에서조차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만큼 이 주제가 민감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역사적으로 개인 독재체제가 붕괴된 과정을 살펴보면 그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급작스런 붕괴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며, 그 파급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 동안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에서는 과연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가 관심사였다. 그 주된 이유는 한국과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 급변사태에 관해 전략적 목표 및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것을 전제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 자체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중국을 이 논의에 어떻게 끌어들이느냐가 큰 관심이었다.

그러나 급변사태를 통일로 가는 기회로 보는 우리의 입장과 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군사적 개입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정치적 입장이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군사력 사용, 가능성이 높은 중국의 개입이 미국을 주저하게 할 것이다. 급변사태시 한국과 미국은 통일이라는 목표를 공유할 것인가? 차이가 있다면 어떻게 조정해 나갈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통일의 당위성을 넘어서는 현실적 논의가 요구된다. 정치적 외교적 이유로 정부 차원의 논의가 어렵다면, 민간 주도로 이를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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