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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넘긴 토론에도… ‘통합론’ 결론 못낸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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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넘긴 토론에도… ‘통합론’ 결론 못낸 국민의당

입력
2017.11.21 20: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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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운데) 국민의당 대표가 21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가운데) 국민의당 대표가 21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필 원고 써온 安, 바른정당과 통합 필요성 역설

호남계 “거짓말 정치 하지 마라” 安 리더십 강력 비판

정책연대 先추진 기존 합의 재확인… 후폭풍 이어질 듯

유승민 “미래 위한 진통… 기다리겠다” 의지 거듭 확인

국민의당이 21일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둘러싼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끝장토론’ 방식의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접점 찾기에 결국 실패했다. 이날 통합에 반대하는 호남계는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 문제까지 거론하며 결사 항전에 나섰다. 하지만 안 대표는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말로 반대세력을 다독이면서도 통합론을 공식 철회하지는 않았다.

안 대표와 국민의당 의원 35명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비공개 의총을 열어 통합론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자필로 원고를 써 온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국민의당을 2당으로 이끄는 길이며 최선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그는 “(당장의 통합은) 현실적 가능성이 낮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일단 통합에 속도 조절을 하고 정책ㆍ선거연대까지 추진하면서 여러 의견을 더 청취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전날 전ㆍ현직 당 지도부와 오찬 회동에서 밝혔던 입장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또 철수냐”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당의 분열은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끝까지 통합 의지를 꺾지 않았다는 점에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안 대표의 후퇴에도 호남계는 맹공을 퍼부었다. 정동영 의원은 안 대표를 향해 “어제는 이 말 하고 오늘은 이 말하는 거짓말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일갈한 뒤 “통합론을 밀어 붙이면서 ‘나가려면 나가라’고 하는 것은 지도자의 말이 아니니 다시는 꺼내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통합이 사는 길 같지만 죽는 길이다. 안 대표가 다시 새정치로 복귀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통합에 대한 발언에 오해가 생긴 것은 상황 변화 때문”이라고 해명하면서도 일부 호남 의원들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에 비유하는 것에 대해선 “내 인격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배숙ㆍ유성엽ㆍ황주홍 등 호남파 의원들은 이후에도 “통합 갈등을 야기한 대표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으며, 일부 의원들은 대표직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안철수계는 통합론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고, 전 당원에게 의견을 묻자고 역제안을 했다. 김관영 의원은 “국민의당의 스펙트럼이 다양해 바른정당을 충분히 포용할 수 있다”며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정강ㆍ정책에 거의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한 당 자체 여론조사에선 호남이 통합을 오히려 더 바라는 것으로 나왔다”며 “결정은 당원이 하는 것이니 전당대회를 열어 통합론의 가부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강경 통합론자인 최명길 의원 등도 “국민의당의 외연 확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안 대표에게 빠른 결단을 촉구했다.

찬반 양론이 팽팽했던 의총은 5시간 30분을 넘겨서야 겨우 끝났다. 국민의당은 의총 후 “통합론으로 당이 분열되면 안 된다. 우선 바른정당과 정책연대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자”는 취지의 합의문을 채택했다. 김경진 원내대변인은 의총 결과 브리핑을 통해 “선거연대에 대해선 일부 의원들이 반대해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며 “전 당원 투표 등 주장에도 의견 일치가 되지 않아 (통합 및 선거연대가 현실화되기 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장시간 의총에도 통합론이 처음 제기된 이후 합의했던 ‘정책연대 우선 추진’이라는 결론으로 되돌아 온 셈이다.

안 대표는 이날 의원들의 반발 여론을 수용했지만 통합 논의의 끈 역시 놓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로 그는 23일 원외 지역위원장들과 통합론과 관련한 간담회를 추진하는 등 여론전을 이어갈 방침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명쾌하게 결론이 나지 않아 통합 논의 동력은 다소 떨어질 것”이라면서도 “한 차례 속에 있는 말들을 풀어냈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표면적으로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 앉겠지만, 안 대표 행보에 따라 언제든 내홍이 다시 폭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의당을 포함한 중도ㆍ보수 통합 기치를 든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이날 당 청년정치학교에서 국민의당 내홍과 관련해 기자들과 만나 “미래를 위한 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또 “국민의당이 이 진통을 잘 극복해서 바람직한 길을 찾으면 좋겠다. 국민의당이 새로운 길을 찾았을 때 공간이 있으면 협조하겠다”며 거듭 통합 의지를 드러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현지호 인턴기자(성균관대 경영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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