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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교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과 고교 학점제

입력
2017.11.22 17:3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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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일반고 위기론과 맞물려 고교체제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된 지 오래다. 주로 대학입시 중심의 획일적 성적 경쟁과 특목고ㆍ자사고 확대에 따른 고교 서열화 등 외부 요인이 근거로 제시된다. 하지만 현재 고교 교육의 문제는 외부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고교 교육의 핵심 문제는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교육과정의 다양화, 특성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제한된 점이다. 의무교육 단계와 구분되는 선택교육 단계의 본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달리 말하면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미래세대에게 여전히 표준화한 지식을 전수하고 그 지식의 양을 측정하는 산업화 시대의 교육을 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중시한다. 학교는 일정 규모 이상의 학생이 개설을 요청하면 선택과목을 개설하고, 모든 학생이 보통교과의 진로 선택과목에서 3개 과목 이상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고교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세종), 꿈두레 공동교육과정(인천), 교육과정 클러스터(경기), 개방ㆍ연합형 종합캠퍼스 교육과정(서울) 등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이 시도되고 있다.

세종교육청이 추진하는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은 학생 선택권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진학을 넘어 진로까지’ 고려한 고교교육으로 폭을 넓히고 있다. 세종교육청은 지난 5~8월 2017년 1학기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했다. ‘권역별 거점학교 공동교육과정’은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개설하기 힘든 심화과목, 예체능 실기 전공 교과 및 전문 교과를 대상으로 24개 과목, 33개 반(심화교과 26반, 전문교과 2반, 예체능교과 5반)을 운영했다. 고급수학, 사회과학방법론 등의 과목을 통해 학생들은 지식을 확장해 학업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학생 맞춤형 진로전공탐구반’은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한 다양한 진로전공 학습강좌 개설 요구를 반영, 인근 대학, 정부세종청사, 국책연구단지, 마을교사 등 우수한 인프라를 활용해 생활과학, 직업교육기초, 상경계열, 자연과학, 공학 등의 진로전공과 관련된 학습 공간을 마련했고, 총 76개 과목, 89개 반의 프로젝트형 수업을 진행했다. ‘권역별 거점학교 공동교육과정’의 ‘프랑스어’를 수강하는 학생이 ‘학생 맞춤형 진로전공탐구반’의 ‘활동으로 배우는 국제정치반’을 함께 수강함으로써 외교관의 꿈을 키우는 전공적합성을 높일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일련의 노력은 정규 교과 시간이 아닌 방과후 시간과 주말을 이용하는 방식이기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온전히 확대하려면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과목 편제를 다양하게 늘려야 한다. 단위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은 정규교과 시간을 활용한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으로 대응해야 한다. 세종교육청에서는 전국 최초로 정규 교과 공동교육과정을 시범적으로 운영했는데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았지만 교사 수급문제, 이동 및 임장 지도 문제, 번잡한 행정 업무 등으로 지속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실적으로 제도적 제약이 컸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는 교육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고교 학점제에 시사하는 바 크다.

학생이 교육과정을 주도적으로 맞춤형 설계를 한다는 고교 학점제의 멋진 비전에 공감하면서도 현장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학년제 기반의 제도 운영과 단위제 중심의 편성ㆍ운영 방식을 학점제로 전환하는 것은 단위학교 하나가 열정을 갖고 추진하기에는 제도와 구조의 문제가 너무 크다. 고교 학점제가 과목 선택권 확대를 넘어 학생 스스로 자신의 진학과 진로에 맞춰 자신의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수준까지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위학교의 부담을 줄이고, 고교 간 공동체성에 기반한 공동교육과정 운영의 경험을 쌓아 그 기반을 차근차근 마련해 가야 한다.

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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