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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분량 싱싱한 식재료ㆍ소스 계량화해 배달… '막손'도 특급 요리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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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분량 싱싱한 식재료ㆍ소스 계량화해 배달… '막손'도 특급 요리사로

입력
2015.04.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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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환 셰프의 '닭다리살 구이와 김퓨레밥'. 테이스트샵 제공
류태환 셰프의 '닭다리살 구이와 김퓨레밥'. 테이스트샵 제공

TV의 예능 프로그램을 지배하고 있는 쿡방. 세상사의 근심 걱정을 모두 소거한 채 뭘 어떻게 해먹을까만 고민하면 되는 이 생활 판타지에 빠져드는 순간 ‘나도 할 수 있겠다’와 ‘내가 할 수 있을까’ 사이에서 오락가락한다. 요리라는 게 ‘메뉴 선정-레시피 확보-장 보기-조리’의 복잡다단한 과정이어서 TV 속 유명 셰프들이 아무리 노하우를 상세하게 알려줘도 막상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가 않다. 굳은 결심으로 조리대에 선다 한들, 준비 안 된 식재료 한두 개를 살짝 대체하고 나면 ‘어, 이 맛이 아닌데’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귀차니스트와 ‘막손’들도 유명 셰프들의 요리를 셰프의 레시피 그대로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식재료 배달 서비스의 첨단이라 할 만한 테이스트샵(www.tasteshop.co.kr)이다. 셰프들에게 직접 레시피를 받아 설탕과 소금만 빼고 레시피에 나오는 모든 식재료와 소스를 정량만큼만 계량화해 배달해주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ㆍ구독) 서비스다. 셰프들과 직접 테스트 키친을 봐 누가 해도 같은 맛이 나오도록 레시피를 구체화ㆍ정밀화한 게 특징이다.

아시아베스트레스토랑 50에 선정된 류니끄의 류태환 셰프가 공개한 ‘연어를 곁들인 에그베네딕트’와 ‘닭다리살 구이와 김퓨레 밥’을 비롯해 김영준 셰프의 ‘허브치킨 단호박 크림 수프’, 윤리 셰프의 ‘케이준 잠발라야’ 같은 메뉴가 레시피 박스로 제공된다. 가격은 2인분 기준으로 2만원 전후. 레시피는 2주 단위로 2개씩 교체해 업데이트된다.

류태환 셰프의 레시피대로 '닭다리살 구이와 김퓨레밥'을 만들기 위해 테이스트샵이 배송하는 식재료들. 테이스트샵 제공.
류태환 셰프의 레시피대로 '닭다리살 구이와 김퓨레밥'을 만들기 위해 테이스트샵이 배송하는 식재료들. 테이스트샵 제공.

김규민 테이스트샵 대표는 “TV에 나오는 요리방송을 보면서 누가 모든 과정을 다 준비해주기만 하면 나도 해볼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8개월 전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며 “반조리 식품 위주였던 기존의 서비스들과 달리 테이스트샵은 무조건 30분 정도는 요리에 투자해야 되는 일종의 홈 쿠킹클래스”라고 소개했다. 레시피는 셰프들에 따라 유상으로 구입하기도 하고, 셰프 개인의 홍보 차원에서 무상으로 제공받기도 한다.

2000년대 후반, 집밥 메뉴의 식재료를 필요한 만큼만 주간 단위로 배달해주는 온라인 몰에서 시작된 레시피 박스는 단조로운 메뉴에서 탈피해 일식과 중식, 이탈리안과 프렌치 메뉴까지 다채롭게 커버하며 진화하고 있다. 북적대는 마트에서 장 보느라 진을 뺄 필요도, 남는 식재료 처리하느라 골치 썩을 일도 없고, 포장된 재료대로 냄비에 투여하기만 하면 돼 맞벌이 부부와 싱글족을 중심으로 확산돼 왔다.

최근 요리의 트렌드가 ‘헬시 푸드’로 정착되면서 반조리식품에서 가공되지 않은 신선한 식재료 위주로 서비스의 중심이 옮겨온 것은 또렷한 변화다. 온라인 야채가게 푸드마스(www.foodmas.co.kr)가 대표적이다. 일본식 샐러드인 ‘관자와 새우 버터구이’, 구 소련과 중앙 유럽 일부 지역에서 먹는 꼬치구이인 샤슬릭을 토르티야에 싸 먹는 ‘러시아 스테이크’ 등 해먹기 어려운 외식 메뉴들이 일절 조리되지 않은 싱싱한 재료의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외국 유학 시절 음식 해먹는 문제로 하도 고생을 해 서비스를 생각해내게 됐다는 이현구 푸드마스 대표는 “요리를 해본 적 없고, 잘하지 못하는 사람도 손 쉽게 다양한 음식들을 해먹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바쁜 현대인들도 직접 해 먹는 요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반조리 식품은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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