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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식 공포증’ 없애 줄 흥미로운 이야기들

입력
2016.04.2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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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

이언 스튜어트 지음ㆍ김지선 옮김

사이언스북스 발행ㆍ528쪽ㆍ2만원

스티븐 호킹이 ‘시간의 역사’의 쉬운 버전인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를 쓸 당시 얘기다. 출판사에서는 그에게 방정식 하나가 더 들어갈 때마다 책의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결국 단 하나의 방정식 E=MC2은 차마 뺄 수 없었는데 출판사에서는 그마저 없었다면 아마 1,000만부는 더 팔 수 있었다고 투덜댔다고 한다(이 책은 1,000만부 가까이 팔렸다).

교양과학 서적을 웬만큼 읽는 독자들에게 조차도 수식이나 방정식은 기피 대상 혹은 공포의 대상에 가깝다. 그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영국의 저명한 교양 과학 저술가이지 수학자인 저자는 여기에 정면 도전하기로 마음이라도 먹은 듯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이라는 용감무쌍한 제목을 우리 앞에 들이민다. 17개의 방정식을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추켜 세우면서 말이다. “이 책을 읽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있어서 결국 다 읽고 말았다(솔직히 몇 개의 방정식 대목은 건너 뛰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뛰어난 수학자이면서도 스토리텔링에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그는 멋진 솜씨로 17개의 방정식과 관련한 역사, 창안자들과 관련한 숨은 이야기, 실제 생활에서의 쓰임새, 핵심 개념, 중요한 이유, 이론의 발전 방향 등을 풀어나간다. 몇 가지 방정식만 예로 들어보자. 피타고라스 정리는 토지를 측량하고 새로운 대륙으로 항해하는 데 유용한 방법들을 제공했다. 뉴턴의 중력 방정식은 우리에게 행성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려주었다. 일식과 월식, 행성 궤도들의 정확한 예측, 혜성의 귀환, 은하의 회전 연구, 인공위성, 지구 측량, 허블 망원경 그리고 행성들을 탐사하기 위해 어떻게 우주 탐사선을 보낼지를 알려 주었다.

맥스웰 방정식은 전기와 자기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라디오, 레이더, 텔레비전, 컴퓨터 장비에 사용되는 무선 연결을 비롯해 대다수의 현대 통신 기술로 이어지는 핵심적 실마리를 제공했다. 푸리에 변환은 디지털 시대에 매우 폭넓게 이용되는데 디지털 사진을 압축하고, 손상된 녹음에서 잡음을 제거하며, 지진을 분석하는 데에도 이용된다.

저자에 의하면 수없이 많은 방정식들이 있고, 이들이 다 제 각각으로 보여도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하나는 “다양한 수학적 양들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방정식”으로 주로 순수 수학 분야의 방정식이다. 여기서 수학자가 해야 할 일은 그 방정식이 ‘참’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알려지지 않은 양에 관해 정보를 주는 것”으로 주로 응용수학과 수리 물리학의 방정식들이다. 여기서 수학자의 임무는 그것을 푸는 것, 즉 몰랐던 것을 알아내는 것이다. 이런 방정식들은 자연의 심오하고 아름다운 패턴과 규칙성을 드러내준다. 다음과 같은 저자의 말은 방정식에 대한 그의 신앙 고백이 아닐까?

“방정식의 힘은 수학이라는 인간정신의 집합적 창조와 물리적 외부 세계 사이의, 철학적으로 쉽지 않은 교신에 바탕을 둔 다. 방정식은 바깥 세계에 있는 심오한 패턴들을 나타낸 모형이다. 방정식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방정식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읽는 법을 배우면, 우리 주변 세계의 중요한 특성들을 깨달을 수 있다.”

이형열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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