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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의 반려배려] 버려진 반려견, 이럴거면 키우지 말지

입력
2016.11.0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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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한해 발생하는 유기견은 8만여 마리에 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에서 한해 발생하는 유기견은 8만여 마리에 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엘리베이터 앞에서 가끔 만나는 이웃집 아주머니는 인사만 간단히 나누는 사이인데도 만날 때마다 본인의 반려견 얘기를 했다. “우리 집 개는 잡종 견인데 주로 베란다에서 키운다” “딸이 결혼하면 개를 어떻게 할까 고민이다” 등이었다. 아마 반려견 꿀꿀이를 안고 있는 걸 몇 번 봤기 때문에 반려견을 키우는 공감대를 기대해서라고 생각했다.

그저께 엘리베이터에서 다시 만난 아주머니는 갑자기 ‘고해성사’를 하기 시작했다. 딸이 결혼해서 몇 다리를 건넌 사람에게 개를 보냈다는 것이었다. 보호소나 입양 카페에는 한 다리 건넌 사람에게 개를 입양 보낸 후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걱정 섞인 전화나 글이 끊이질 않는다는 얘길 들은 바 있다. 그래서 입양자와 연락이 끊길 수도 있지 않겠냐는 우려를 전했다.

얘기를 들은 아주머니의 걱정은 ‘연락이 끊길까’‘개가 잘 적응할까’가 아니었다. 개를 키우는 집에 보냈는데 아무래도 다시 돌아올 것 같다는 것이었다. 개가 적응을 못 하면 다른 데로 보내지 말고 일단 돌려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본인은 키울 수가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주머니는 “개가 안 가려고 버티다 끌려가다시피 갔다는 것을 들었다” “마음이 좋지 않다”는 말을 남기며 사라졌다.

아주머니는 그냥 ‘마음이 좋지 않을 뿐’이겠지만 개의 마음은 헤아려 보았는지. 개는 결혼한다고 딸에게 버림받고, 본인 혼자는 키우지 않겠다는 엄마에게 버림받았다. 이제는 새로운 집에서 눈칫밥을 먹으면서 잘 견디던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 한 치 앞을 모르는 처지가 됐는데, 아주머니는 이웃에게 얘기하면서 그 불편한 마음마저 씻어버리고 싶었던 걸까.

운영하는 동물 페이스북 페이지 ‘동그람이’에 얼마 전 서울 금호역 부근 한 아파트 상가 앞에서 시츄 두 마리를 발견한 사람이 당시 영상을 보내온 게 떠올랐다. 영상 속에는 맨홀 옆에서 한 마리가 바람을 맞으며 부들부들 떨고 있고 또 다른 한 마리는 그 옆을 배회하고 있었다. 500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버린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올라온 공고 글에는 각각 열 살, 여덟 살 정도로 추정되며 둘 다 백내장 등 안 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공고가 올라온 지 6일이 지났지만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두 마리에겐 반려동물 등록칩이나 이름표는 없었다.

지난 해 8월 서울 은평 재개발 지역에 남겨진 유기견이 구조되어 이동장 안에서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카라 제공
지난 해 8월 서울 은평 재개발 지역에 남겨진 유기견이 구조되어 이동장 안에서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카라 제공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곤 하지만 그만큼 버려지는 동물들도 많다. 동물보호단체 케어가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기반으로 유기견 관련 통계자료를 취합한 결과, 매년 약 8만 마리의 유기견이 집을 잃거나 거리에 버려지고 있었다. 특히 휴가철과 반려견과의 외출이 많은 6~8월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버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결혼한다고, 임신했다고, 이사 간다고, 심지어 1년 중 며칠 되지도 않는 휴가를 간다고 버린다. 반려견이 늙고 병들어 병원비가 많이 나온다며 버리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앞의 이유가 ‘마음이 불편하긴 하지만’ 버려도 되는 합리적인 이유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동물보호 활동가들의 얘길 들어보면 예쁘게 미용해서 버리는 사람도 있고(그 심리는 알 수 없지만), 버리고 난 후에 좋은 곳에서 잘 살 거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버려진 동물들 대부분은 보호소에서 자연사하거나 안락사 되는 것으로 생을 마감한다. 반려견에게 좋은 곳은 어느 곳이건 주인과 함께하는 곳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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