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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남
스크랜턴여성리더십센터 이사장

등록 : 2018.03.06 14:07

[오종남의 행복세상] 꿈은 잠잘 때만 꾸는 게 아니다

등록 : 2018.03.06 14:07

135년 전 한 미국 아주머니가 꾸었던 꿈이

한국 거쳐 亞 개도국 여성 교육으로 개화

여성 리더십 개발 노력은 꾸준히 계속돼야

종종 “좋은 꿈 꾸세요!”라는 덕담을 듣는다. 가끔 농담 삼아 이의를 단다. “꿈을 꾸기도 어려운 판에 어떻게 좋은 꿈만 골라서 꾼단 말인가? 아무 꿈이든 꾸기만 하세요.

해몽은 제가 할게요.” 그런데 이 경우 꿈을 잠잘 때 꾸는 꿈으로 한정하지 않고 자신의 미래 목표나 비전으로 확대하면 “좋은 꿈 꾸세요!”도 얼마든지 말이 된다. 그래서 필자는 “꿈은 잠잘 때만 꾸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곤 한다.

2007년 1월부터 ‘스크랜턴여성리더십센터’ 이사장으로 봉직하고 있다. 10년 동안 1,000명이 넘는 아시아 개발도상국 여대생에게 대학등록금 전액을 지급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다. 거의 모든 수혜자가 가족 중 최초의 대학생이라는 사실에서 얼마나 뜻 깊은 사업인지 실감이 간다. 많은 이들이 ‘스크랜턴여성리더십센터’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묻는다. 놀랍게도 이 조직은 135년 전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부인이 꾼 꿈에서 비롯했다.

1883년 9월 미국 오하이오주 라벤나라는 소도시에서 미국 감리교회 해외여선교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볼드윈(Lucinda Baldwin)이란 부인이 당시 미국사람에겐 생소한 미지의 나라 조선(Corea)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볼드윈 여사는 언젠가 조선이 개방될 때 조선 여성을 위해 사용되기를 바란다면서 그때로는 매우 큰돈인 88달러를 헌금했다. 당시는 아시아 선교의 주된 대상은 일본 중국 인도였고, 조선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볼드윈 여사는 어떻게 조선을 알았을까? 일본에 산 적이 있는 미국인 윌리엄 그리피스는 귀국 후 ‘은둔의 나라, 꼬레아(Corea, the Hermit Nation; 1882년)’라는 책을 냈다. 볼드윈 여사는 해외여선교지에 실린 책 소개를 읽고 ‘여성이 이름도 없고, 한 인격체로서 인정받지도 못하는 조선’에 대해 알게 되었다.

미국 감리교회 해외여선교회는 볼드윈 여사의 뜻을 존중해서 1885년 2월, 당시 53세의 스크랜턴 여사(1832-1909)를 조선 최초의 여선교사로 파송하게 된다. 스크랜턴 여사는 조선 여성의 현실을 보고 여성을 교육하면 조선을 잘 살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조선여성을 보다 나은 조선여성으로 만드는 일’을 교육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여성의 인권이 존중되지 않던 당시 여학생 모집은 쉽지 않았다. 1886년 5월 맞이한 첫 학생은 정부 관리의 첩인 ‘김씨 부인’이었고 두 번째 학생은 딸을 한국 밖으로 데려가지 않겠다는 약정서를 써준 후 교육을 시작할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서대문 밖 성벽에 버려진 한 여인을 치료해 주고 딸을 학생으로 삼았다. 오늘날 명문학교가 된 이화학당의 대장정은 이처럼 가난하고 소외 받은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스크랜턴여성리더십센터’의 정식 이름은 ‘미감리교회대한부인선교부유지재단’이다. 일제 강점기인 1924년 등록된 이 선교재단은 오랫동안 병원, 학교, 사회복지관, 교회 등으로 재산을 나누어 관리하다가 1970년대 이후는 한국교회와 독립재단에 선교활동을 넘기고 선교사 사택만 유지하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미국 감리교회 해외여선교회와 인연을 맺게 된 필자는 한국에 있는 사택을 처분한 자금으로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는 논의에 참여하게 되어 2007년 새롭게 출범한 ‘스크랜턴여성리더십센터’의 이사장을 맡게 되었다.

지난 2월 21일 필자는 ‘리더를 키우는 여성리더들의 모임’인 WIN(Women in INnovation)에서 ‘전환기 여성리더의 시대적 소명’이라는 특별강연을 했다. 성공한 리더라면 차세대 리더에게 “꿈은 잠잘 때만 꾸는 게 아니다!”라는 사실을 일깨워 줄 소명이 있다는 요지였다. 우리 ‘스크랜턴여성리더십센터’는 지난 10년 동안 조선 여성의 교육을 꿈꾸었던 스크랜턴 여사의 숭고한 뜻을 아시아 여성 교육으로 어떻게 이어갈까를 염두에 두고 달려왔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아시아 여성의 리더십 개발에 힘쓸 것을 다짐하고, 또 꿈꾼다.

오종남 스크랜턴여성리더십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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