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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식당’ 그 섬…길리(Gili)에 없는 6가지

입력
2017.04.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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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tvN 프로그램 ‘윤식당'에 대한 돌직구 시청소감. 별 거 없는데 재미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는 휴양지에서 유럽인을 상대로 한 식당이라니…. 거기에는 한국 직장인들의 로망이 담겨 있다.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하루를 열심히, 그러나 뻑뻑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 꾸는 일탈, 사치, 낭만으로 꾸린 식당이다. 거기에 자영업자의 고민과 희로애락까지 버무려 모든 세대의 공감을 얻고 있다.

길리 삼총사. 오른쪽 섬이 ‘윤식당’을 촬영한 길리 트라왕안이다.
길리 삼총사. 오른쪽 섬이 ‘윤식당’을 촬영한 길리 트라왕안이다.

촬영이 시작되기 딱 1주일 전 그곳에 다녀왔다. 롬복과 길리는 불과 한달 사이 한국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지명이다. 하지만 연예인 친인척이 '누구의 누나', '누구의 동생'으로 불리듯 롬복은 10년 이상 ‘발리 옆 섬’이었다. ‘윤식당’을 촬영한 길리 트리왕안(Gili Trawangan)은 바로 옆 길리 메노, 길리 아이르까지 묶어 ‘길리(Gili)’ 삼총사로 부른다. 트라왕안은 인도네시아어로 ‘터널’이라는 뜻이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섬에 긴 터널을 뚫었기 때문이다. 3개 섬 중 가장 크고 인프라를 잘 갖췄지만 해발 30m, 길이 3㎞, 넓이 2㎞에 불과한 초미니 섬이다. 길리라는 이름도 롬복 사삭부족의 언어로 ‘작은 섬’이라는 뜻이다. 가장 최근(2012) 통계에 의하면 길리 아이르에 450가구, 메노에 172가구, 트라왕안에 361가구가 있고, 총 인구는 약 1,500명이다.

‘윤식당’ 시청자라면 짐작했겠지만, 에메랄드 빛깔 바다가 섬 전체를 둘러싸고 있고, 티셔츠 한 장만 걸쳐도 모델 같은 유럽 여행객들이 해변에 누워 선탠을 즐긴다. 작고 예쁜 카페, 바, 클럽, 레스토랑이 섬 주변을 따라 끝없이 이어져 있다. 윤식당도 그 중 하나였다. 굳이 비교를 해 보자면, 몰디브와 보라카이를 섞어놓은 듯한 분위기다. 낮에는 활기 넘치지만 시끄럽지 않은 서구식 휴양지, 밤에는 시쳇말로 지옥을 경험하게 되는 클럽과 바가 불야성을 이룬다.

길리 트라왕안의 다양한 모습.
길리 트라왕안의 다양한 모습.

갖출 것 다 갖춘 길리에도 없는 것이 있다. 물론 있다가 없어진 것도, 없다가 생긴 것도 있지만, 길리의 현재 6무(無)는 모터가 달린 차(오토바이), 개, 담수, 마약, 어부, 경찰이다.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길리 트리왕안은 ‘파티 섬’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마약도 공공연히 허용되었다. 저렴한 마약 광고가 버젓이 걸려있기도 했다. 2000년에 길리 친환경 협동조합(Gili Eco Trust)이 생기면서 철저히 단속이 시작되었고, 대기와 해양환경을 저해하는 어떤 활동도 금지되었다. 특히 마약은 사형까지 언도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다스렸다.

협동조합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서, 길리에는 공기를 오염시키는 자동차 대신 조랑말이 끄는 치모도가 운송수단이 되었다. 인구가 적고 형벌이 무거운데다, 협동조합이 워낙 감시를 철저히 한 덕에 마약사범이 사라지자 경찰도 더 이상 상근을 하지 않는 상태다.

‘물’이라는 뜻의 길리 아이르를 빼고는 담수가 없는 것도 특이하다. 담수를 따로 비치해 염분을 씻기도 하지만, 마시는 물 외에 기본적으로 길리에서는 해수를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개가 없는 것은 종교의 영향이다. 심지어 한 마리도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박해를 피해 동굴에 숨어 있을 때 개 한 마리가 짖어대 잡힐 뻔했다고 해서 이슬람권에서 개는 혐오의 대상으로 여긴다. 개가 집에 있으면 천사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믿으며, 그릇에 개의 침이 묻었을 경우 일곱 번 씻어내는 관습이 있을 정도다. 또 바닥에 코를 대며 돌아다닌다고 해서 무슬림은 개를 불결한 동물로 간주한다.

무함마드는 대신 고양이를 끔찍이 아꼈는데, 기도하던 중 그의 고양이였던 ‘무에자’가 옷자락 위에서 잠이 들자 깨우지 않고 옷자락을 잘라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개를 멀리하고 고양이를 신성시하는 관습은 브루나이를 비롯한 대부분의 무슬림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한때는 길리 섬에 고양이가 너무나 많아 ‘고양이 섬’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인스턴트 메신저 카카오톡 (Kakao Talk)이 거의 참패한 반면, 라인(LINE)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에 개(프로도)가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길리는 원래 울창한 삼림과 사슴만이 살던 곳이었는데 술라웨시(필리핀 아래에 위치한 섬으로 인도네시아 대(大)순다 열도의 4개 중 하나다)에 살던 어부와 농부들이 처음으로 정착했다고 한다. 물론 환경보호를 이유로 고기를 잡는 것이 금지돼 어부들도 점점 사라졌다.

여행 Tip : 현지에서 전통 술 구입 조심하세요

길리에서 마약은 금지되었지만, 술에 메탄올을 섞거나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물질을 넣기도 해 검증되지 않는 현지 술은 주의하는 것이 좋다. 인도네시아 맥주 ‘빈땅’이 워낙 저렴하고 맛도 좋아 현지 술을 굳이 마실 이유는 없겠지만, 도수 높은 술을 찾는다면 ‘아락 arak’이라는 술을 구할 수 있다. 아락은 쌀 또는 야자 수액으로 만드는 발리 전통주로, 인류 최초의 증류주라고 불리는 술이다.

아랍인들이 앞선 화학적 지식에 힘입어 증류 기술을 가장 먼저 습득했고, 그들이 만든 새로운 술을 ‘농축’이라는 뜻의 아랍어 아락(Arak)이라 불렀다고 한다. 지난해 발리에서 아락을 마셔봤는데, 휘발유 같은 냄새가 나서 한 모금 마시다가 말았다. ‘짝퉁 술’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었던 지라 더 조심스러웠다. 비전문가들이 제조하는 품질이 열악한 아락은 종종 독극물이 되기도 하니 반드시 정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박재아 여행큐레이터 facebook.com/daisyparkkoreaㆍ사진제공 인도네시아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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