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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년 만에 임용시험 붙었는데… 발령 안 나 ‘알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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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년 만에 임용시험 붙었는데… 발령 안 나 ‘알바 중’

입력
2017.03.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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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넘게 대기 150명은 합격 취소 위기

명퇴 급감ㆍ복직 증가ㆍ정원 축소 때문

“수요 예측ㆍ정원 관리 방식 개선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30대 중반인 A씨는 중등교사 임용시험 도전 10년 만에 지난달 드디어 합격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A씨는 지난달 직무연수까지 다녀왔지만 학교에 발령받지 못했다. A씨가 합격한 지역은 지난해 합격자 일부도 아직 발령이 나지 않아 A씨를 비롯한 올해 합격자는 전원 대기 상태다. 기존 교사들의 명예퇴직이나 휴직이 적어 빈 자리가 나지 않으면 대기 기간이 1, 2년에 달할 수도 있는 처지다. 10년 간의 ‘고시 생활’로 더 이상 부모님께 손 벌리기도 어려운 처지인 A씨는 결국 이달부터 한 중소기업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A씨는 “임용 대기 기간이 너무 길어져 결국 교사를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찾는 대기자들도 있다”고 했다.

초ㆍ중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한 교사가 5,000명이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전국 총 5,024명의 초ㆍ중등 임용시험 합격자가 새 학기인데도 학교 발령을 받지 못했다. 임용 대기자(3월 기준)는 2015년 4,999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4,792명으로 줄었다가, 올해 다시 200명 넘게 늘어난 것이다. 어느 특정 지역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국 17개 시ㆍ도별로 보더라도 울산시를 제외한 모든 시ㆍ도에서 신규 교사들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 중 150명 이상은 내년 3월까지 발령을 받지 못하면 합격이 취소될 위기다. 대구시교육청 114명, 광주시교육청 43명은 2015년에 시험에 합격하고도 2년 넘게 발령을 받지 못했는데, 교육공무원임용령(제12조) 상 임용후보자 명부 유효기간이 3년이기 때문이다. 교사 발령은 합격 시기가 빠르고, 성적이 높은 순서로 난다.

대기자 대부분은 초등교사다. 올해 전체 대기자의 86%(4,327명)가 초등 임용시험 합격자다. 교과목 별로 교사를 채용하는 중고등학교는 휴직하는 교사가 있어도 대부분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기 때문에 신규 교원도 적게 뽑는다. 반면 기간제 교사 채용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교과목 제한이 없는 초등교사는 6개월 이상 휴직자가 있으면 정규 교원을 채용하기 때문에, 신규 교원도 실제 수요보다 넉넉히 뽑는 편이다.

임용 대기자 적체 현상이 이처럼 심각해진 것은 명예퇴직자 급감, 복직자 증가, 정부의 교원 정원 축소라는 3가지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2014년 국회에서 공무원 연금개혁 논의가 시작되자 기존 교사들의 명퇴가 줄을 이었지만, 이듬해 연금액 감소폭이 적은 개혁안이 확정되고 경기가 악화되자 지난해부터 명퇴자가 급감했다. 경기 악화는 휴직자들의 조기 복직까지 늘렸다. 게다가 정부가 줄어드는 학생 수에 비례해 교사 정원까지 해마다 감축하면서 신규 교원들이 갈 자리도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임용 대기자 적체 현상이 가장 심각한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최근 5년간 초등교사 정원이 401명 줄었고, 2015년 147명에 달했던 초등교사 명퇴자도 지난해에는 32명으로 급감했다. 특히 대구시교육청은 신규교원의 역량 향상을 이유로 일종의 인턴과정을 두는 예비교사제를 도입, 2013년부터 정원의 2배 규모로 선발하면서 임용 적체가 더욱 심각해졌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이전에는 명퇴, 휴ㆍ복직, 정원 3가지 요인이 서로 상쇄가 되는 부분이 있어 대기자들의 자리가 생겼는데, 최근에는 세 요인 모두 악화하면서 적체 현상이 전국적으로 심각해졌다”고 설명했다. 각 시도교육청이 5년치 명퇴, 휴ㆍ복직 통계를 분석해 매년 신규교사 수요예측을 하지만, 연금개혁이나 경기 악화 등의 외부 요인은 미리 고려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교원 수요예측과 정원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지금은 정책적ㆍ정치적 변수에 의해 교원 정원이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며 “교원 수요예측과 정원 결정에 관여하는 기관들이 한 곳에 모여 4년 뒤 수요를 예측해 교육대학 신입생을 규모를 정하고, 교원 규모도 미리 결정해 놓으면 정권이 바뀌거나 장관이 교체된다고 정원이 출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수 감소에 맞춰 교사 정원을 줄이는 현행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성기선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장(가톨릭대 교수)은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교사도 줄일 것이 아니라 선진국 수준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중앙 정부가 교사 정원을 통제하지 말고 각 시도교육청에 권한을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교사 중 질병ㆍ육아 휴직자 등이 계속 발생해 9월까지는 대기자가 2,000명 이하로 감소할 것”이라며 “특히 대구ㆍ광주 지역 2년 이상 대기자들은 내년 3월 전 반드시 임용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시도별 신규교사 임용대기자(단위: 명ㆍ올해 3월1일 기준)

<자료: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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