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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법정관리 피했다…정상화 수순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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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법정관리 피했다…정상화 수순 밟는다

입력
2018.03.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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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금호타이어 노사, 채권단, 노사정이 긴급간담회를 5시간여를 진행한 끝에 '더블스타로 자본유치 및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상호 합의하고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금호타이어 노사, 채권단, 노사정이 긴급간담회를 5시간여를 진행한 끝에 '더블스타로 자본유치 및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상호 합의하고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호타이어 노사가 그 동안 채권단이 회생 전제 조건으로 내건 중국계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로의 매각과 경영 정상화 방안을 받아들이기로 자율협약 종료 3시간여를 남겨 두고 전격 합의했다. 해외 매각 등을 놓고 노조와 채권단 간 극심한 이견으로 법정관리 위기로 내몰렸던 금호타이어는 막판 극적으로 노사 합의를 이끌어내며 회생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4월 중순까지 더블스타와 매매계약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지난 2016년 9월 매각 공고를 낸 지 1년 6개월여 만이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30일 광주시청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인호 산업부 차관, 이동걸 산은 회장,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 등 노사정 대표가 참여한 긴급 간담회를 갖고 4시간이 넘는 논의 끝에 이같이 합의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간담회가 끝난 뒤 “금호타이어 노사는 더블스타로부터의 자본유치와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상호 합의했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주말 동안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해외매각 동의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한다. 다만 이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대부분이 해외 매각만이 살 길이란 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주말 투표를 거쳐 4월1일 채권단에 ‘경영정상화 이행 약정서’를 최종 제출할 계획이다. 그 동안 해외 매각을 반대하던 금호타이어 노조가 입장을 급선회한 것은 해외 매각을 받아들이는 게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길이라는 현실적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오전 9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은 금호타이어 노조가 매각에 동의해 줄 것을 요청하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3차 총파업을 강행했다. 이때만 해도 결국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과 이 회장이 광주로 내려가 노조를 만나고 노조가 조합원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극적으로 반전됐다. 이어 오후 4시부터 9명의 노사정 대표가 참여하는 긴급 간담회가 열렸고, 이날 밤9시 극적인 진전을 이뤘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노조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4시간 넘게 진정성을 갖고 대화를 나눴다”며 “정부는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상당히 신경을 쓰면서 결국 극적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노조가 싸늘해진 여론과 청와대의 불개입 원칙 고수 방침에 방향을 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정부는 절대로 정치적 논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대통령의 뜻”이라고 밝혔다. 노조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이날 합의로 금호타이어는 곧바로 경영 정상화 과정을 밟게 된다. 일단 30일이 만기인 1조3,000억원의 채권단 채무는 자동으로 연장된다. 채권단은 또 추가 자금을 투입해 내달 2일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270억원)과 회사채(400억원)을 막을 예정이다. 다음달 중순 채권단과 더블스타간 매매계약이 마무리되면 더블스타는 정부 승인을 얻어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보유한 대주주가 된다. 더블스타는 6,463억원의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금호타이어 지분을 사들인다. 채권단(23.1%)은 2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 위기를 벗어나면서 1만여명의 직원이 실업 사태에 놓이는 파국도 피할 수 있게 됐다.

금호타이어가 막판 회생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이번 구조조정은 여러모로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 친 노조를 표방한 정부가 지나치게 노조에 끌려가 스스로 구조조정 원칙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더 이상 금호타이어에 대한 채권 만기 연장이 없다고 천명한 뒤에도 3차례나 채권 만기를 연장해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큰 산은 넘었지만 정부가 구조조정 원칙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지 않으면 앞으로도 비슷한 사태가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자칫 산업은행이 거대 부실기업의 지주회사가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금호타이어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개장 직후 52주 최저가인 3,345원까지 하락한 주가는 노조의 찬반 투표 소식이 전해진 뒤 결국 전날보다 30%나 상승(상한가)한 4,615원으로 마감됐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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