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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격변의 중동

입력
2017.12.1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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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권이 오바마에서 트럼프 행정부로 바뀌면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은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일 것이다. 오바마 정부와 사우디는 껄끄러웠다. 이란 핵합의가 결정타였다. 사우디는 이 합의가 이란 핵을 용인한 것이라며 ‘적국’ 이스라엘과도 손잡을 수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9ㆍ11 이후 사우디의 테러 지원에 대한 미국의 의심도 여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사우디는 알 카에다와 탈레반에 대한 재정적 후원자 역할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2012년 사우디 왕족의 잇단 의문사에 중앙정보국(CIA)이 개입했다는 설도 무성했다.

▦ 트럼프 집권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핵합의를 사실상 철회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를 축으로 한 중동 패권질서로 회귀했다. 이슬람국가(IS) 사태로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자 아예 사우디를 수니파 결집을 위한 중동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대미관계에서 냉온탕을 오간 사우디에게 이란은 눈엣가시다. 군사ㆍ경제력에서는 아직 비교할 바 아니지만, 혁명으로 왕조를 전복한 경험이 있는 이란식 정치체제는 사우디 같은 전제왕정 국가에게는 큰 위협이다. 올 6월 사우디가 주도한 카타르 단교사태도 카타르 왕정의 평화적 왕권이양이 핵심이다. 이란의 패권 무기로 유연한 통치 소프트파워를 꼽는 시각도 많다.

▦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밀착이 예사롭지 않다. 사우디의 ‘실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이스라엘 극비 방문설이 나도는가 하면, 양국의 대 이란 군사공조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사우디가 이스라엘에 유리한 평화협상을 팔레스타인에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과거에는 모두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빈 살만은 지난달 말 수니파 40개국과의 군사동맹을 주도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테러지원국은 당연히 이란이다. 아랍의 적이 이스라엘에서 이란으로 넘어간 듯한 모습이다.

▦ 트럼프의 예루살렘 승인도 비슷하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의 방미와 뒤이은 사우디 비밀방문으로 예루살렘 문제는 관련국들 사이에서 지난달 이미 교통정리가 끝났다는 분석이다. 반미시위가 ‘찻잔 속의 태풍’일 거라고 미국이 믿는 근거다. 이스라엘에다 이란 변수까지 등장한 중동정세가 어디로 향할지 예측불허다. 트럼프가 이란 핵합의를 철회한 것이 이 모든 것을 내다본 깊은 책략이었을까.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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