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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편의에 맞춘 기업용 메신저, 입소문 타고 7만여곳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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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편의에 맞춘 기업용 메신저, 입소문 타고 7만여곳 가입”

입력
2016.09.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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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성 티몬 대표 인삿말에 자극

7년 美 금융권 생활 접고 창업

수평적 조직문화 반영 ‘잔디’

한 주제에 댓글 다는 방식

정보 공유로 투명성 60% 향상

업무용 메신저 서비스를 개발ㆍ서비스하고 있는 스타트업 ‘토스랩’의 대니얼 챈 최고경영자(CEO)를 22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직원들과 취미활동을 즐기는 그는 “수평적인 조직문화에서 직원들의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업무용 메신저 서비스를 개발ㆍ서비스하고 있는 스타트업 ‘토스랩’의 대니얼 챈 최고경영자(CEO)를 22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직원들과 취미활동을 즐기는 그는 “수평적인 조직문화에서 직원들의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A 이사 “날씨도 선선해졌는데 이번 분기 팀 액티비티(모든 직원이 오전 업무 종료 후 회사에서 나와 문화ㆍ체육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는 등산 어떤가요? 끝나고 막걸리도 한잔?”

B 사원: (‘웬 꼰대냐’라는 말을 꾹 참고)“회사 근처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활동은 안될까요? 회사 근처에 수제 맥주 만들기 수업이 있던데.”

C 사원: “등산하면서 땀 흘리는 것보다는 맥주 만드는 게 좋죠.”

A 이사: “앗. 등산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군요. 맥주 만들기로 하겠습니다.”

일반 회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격의 없는 대화가 신생 혁신 기업(스타트업) 토스랩에서는 일상이다. 업무용 메신저 ‘잔디’를 개발해 서비스 하고 있는 이 회사에서는 사람을 부를 때 직위 없이 “해리” “샘” 등 영어 이름만 부른다. 이런 수평적인 분위기는 잔디라는 제품에도 오롯이 반영됐다.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22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대니얼 챈(30)씨를 만났다.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청색 티셔츠와 반바지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챈씨가 토스랩에 합류한 건 회사가 생긴 지 4개월 후인 2014년 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만났던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의 권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신 대표는 토스랩 투자자 겸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챈씨는 “2012년쯤인가 신 대표가 ‘요즘 뭐 하고 지내냐’고 묻는데 불현듯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나’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투자자문사 직원이었던 챈씨는 신 대표의 말에 자극을 받아 결국 7년간의 금융권 생활을 접고 스스로 투자자문 스타트업을 차렸다. 그로부터 2년 후 다시 신 대표에게 ‘기업형 메신저 서비스를 하려는 스타트업이 있는데 같이 하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왔다. 사업 아이템을 보고는 무릎을 쳤다. 챈 대표는 “미국 기업들은 사내에서 기업용 메신저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 일본, 대만 등에서는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개인용 메신저를 업무에도 쓰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고 말했다.

본사가 한국에 있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국민 대다수가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사용하는데 익숙하고 인터넷 속도가 빨라 아시아권의 허브가 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한국행을 결정한 또 한가지 이유는 사람들이 좋아서였다. 그는 “사업 설명을 듣고 화상으로 직원들을 만났는데 활기차고 친근한 분위기가 너무 맘에 들어 같이 일하고 싶어졌다”며 “지금은 정말 가족 같다”고 밝혔다.

메신저 개발의 초점은 ‘완벽하게 사용자 중심’에 맞춰졌다. 대화 내용 검색이나 실시간 사용자 파악 등 관리자의 편의를 위한 기존 기업형 메신저의 기능들은 토스랩의 잔디에선 찾아볼 수 없다. 토스랩은 기존 기업용 메신저를 직장인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불안감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대화방을 ‘비공개’로 설정하면 대화방 구성원 외에는 내용을 볼 수 없다.

대신 사용자 편의는 대폭 보강했다. 메신저를 설치할 필요 없이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사용하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디로 들어가면 PC, 노트북, 스마트폰 등 다양한 경로로 메시지나 파일 공유 등 동일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대화방에 초대돼 들어가면 이전에 있었던 대화들을 전부 볼 수 있어 다른 설명 없이도 업무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한 주제나 파일에 대해 댓글을 다는 형식이어서 대화가 뒤죽박죽 될 일도 없다. 챈씨는 “고객 설문조사결과 사내 이메일이 40%, 회의는 30% 이상 줄었고 정보 공유로 인한 투명성은 60% 이상 향상되는 성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기업용 메신저로 잔디가 좋다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해 5월 5,000곳이던 사용 기업이 현재 7만곳을 넘어섰다. 올해 1월 저장용량 5기가바이트(GB) 이상과 추가 기능을 사용하려면 사용자 1인당 5,000원을 내도록 서비스를 일부 유료화했는데도 가입 기업(팀) 수가 2, 3개월에 1만개씩 늘어나고 있다. 현재 티켓몬스터, YG엔터테인먼트 글로벌 마케팅팀, 망고플레이트, 쏘카 등이 주요 고객사다. 일본 도쿄, 대만 타이페이, 싱가포르에 지사를 두고 있다.

고객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직원도 창립 당시 8명에서 2년 만에 52명으로 늘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구성원 간 벽이 있어서는 곤란했다. 그래서 도입한 게 금요일마다 진행되는 ‘버디 런치’와 ‘해피 아워’다. 버디 런치는 무작위 추첨으로 두 명씩 짝을 지어 점심을 먹는 프로그램이다. 평소 교류가 적은 다른 팀 사람과도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라는 취지다. 해피 아워는 금요일 퇴근 30분 전 직원들이 모여 다과를 먹으며 한 주간 있었던 일, 공지사항, 회사 현황을 공유하는 자리다. 억지로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챈씨는 껄껄 웃으면서 대답했다. “강요하지 않아요. 그런데 놀랍게도 90% 이상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소통하자는 취지에 다들 공감하는 거죠.”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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