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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고기 덜 먹는 채식’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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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고기 덜 먹는 채식’ 어떤가요

입력
2017.02.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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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북 안동시 정하동 한 축산 농가에서 공수의사가 소에게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경북 안동시 정하동 한 축산 농가에서 공수의사가 소에게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를 보기가 겁난다. 조류독감에 이은 구제역 발생으로 소의 살처분이 시작됐다. 구제역이 전염 속도가 빠른 돼지로 번지면 350만 마리의 소, 돼지를 살처분한 2010년의 악몽이 재현될까 두렵다. 조류독감으로 이미 살처분 된 닭, 오리가 3,300만 마리가 넘은 상황에서 또 다른 지옥문이 열렸다. 구제역이 발생하자 정부의 무능, 백신 문제 등 몇 달 전 조류독감 때와 같은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끝없는 도돌이표.

이번에야 알았다. 이렇게 많은 동물들이 우리의 먹거리를 위해 이 땅에서 사육되고 있다는 것을. 달걀을 낳는 산란계와 육계를 합쳐서 약 1억5,000만 마리, 돼지 약 1,100만 마리, 소 약 330만 마리. 우리나라 인구의 3배가 넘는 동물들이 잡아 먹히거나 달걀, 우유를 제공하기 위해서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처럼 먹는다면 조류독감과 구제역 확산의 주요 원인인 공장식 밀집 사육을 피할 수 없다. 밀집 사육은 대기업을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이득이 없다. 동물은 일상적으로 학대당하고, 전염병이 돌 때마다 농민은 소득원을 잃고, 소비자는 불안하고, 2010년에 들어간 3조원에 가까운 살처분 비용을 보듯 나라 경제도 타격을 입는다.

7일 오후 구제역 확정 판정을 받은 전북 정읍시 산내면 한 한우농가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매몰을 위해 살처분 된 소를 농장에서 꺼내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구제역 확정 판정을 받은 전북 정읍시 산내면 한 한우농가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매몰을 위해 살처분 된 소를 농장에서 꺼내고 있다. 연합뉴스

밀집 사육을 피하려면 어떻게 식단이 변해야 할까? 모두 채식인이 될 수 없다면 나 같은 엉터리 채식은 어떨까. 가능하면 고기 안 먹는 채식, 고기 덜 먹는 채식!

농장동물의 현실을 알게 된 후 채식으로 전환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앞집에서 키우는 닭 ‘알이’와 인연을 맺은 후 닭고기는 쉽게 끊었고, 고기 덩어리를 먹기 위한 구운 고기도 끊었다. 하지만 육수로 만든 칼국수, 채식만두가 메뉴에 없을 때는 일반 만두도 여전히 먹는다. 언젠가 동물보호활동가에게 말했다가 그게 무슨 채식이냐며 타박을 들었지만 ‘채식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보시를 한 것’이라는 스님의 말로 위로 받았다. 나 너무 얍삽한 걸까.

의지박약인 나는 이런 선택이 어렵다.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완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노력하는 마음도 알아주면 좋으련만 너무 야박하다. 한 사람이 온전한 채식인이 되면 고통 받는 농장 동물을 매년 100마리 정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나처럼 고기를 덜 먹는 사람을 100명 만드는 건 어떨까. 완벽한 채식인 한 명보다 덜 완벽한 채식인 100명 만들기가 더 쉽지 않을까. ‘생명이란 뺏을 수는 있지만 줄 수는 없는 것’이라는 부처님 말씀을 무겁게 간직하고 사는데 채식이 생명을 덜 뺏는 삶의 방법임을 더 많은 사람이 알면 좋지 않을까. 폴 매카트니가 제안한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에 동참하는 것도 좋고, 고기를 먹더라도 잔인성이 덜 개입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제품을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기를 완전히 끊을 수 없다면 덜 먹는 방법은 어떨까. 영국 고기없는 월요일 제공
고기를 완전히 끊을 수 없다면 덜 먹는 방법은 어떨까. 영국 고기없는 월요일 제공

세계 최대의 아이스크림 업체 베스킨라빈스의 상속을 포기하고 환경운동가 겸 채식옹호자로 사는 존 로빈스가 쓴 ‘음식 혁명’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성 식품에 대한 정보가 진실일까 묻는다. 저자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먹는 고기 때문에 동물들이 고통 받는다고 죄책감을 주지 않고, 동물성 식품 속 단백질, 철분 등 영양 성분에 관한 신뢰할만한 정보를 제시하면서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많은 정보가 동물성 식품을 생산하는 이해 관계자들에 의해서 작성되었다며 “이발사에게 머리를 깎을지 물어보지 말라”고 말한다.

최근 아는 분이 호주의 농장동물 보호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채식인이 되었다. 어느 날 누워있는 돼지의 배를 쓱쓱 문질러주니 돼지가 반대쪽도 문질러달라고 몸을 돌렸다고. 배를 문지르면서 그 동안 이 생명을 삼겹살로, 돼지껍데기로 보았구나 생각했다고. 결국 단절의 문제였다. 현대인은 동물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소비자가 고기를 입에 넣기까지의 과정에 무지할수록 공장식 축산에 유리하다.

그래서 우리는 화면 속 동물들의 살처분을 내 식탁 위의 음식과 연관시키는 훈련을 자꾸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레오 톨스토이가 말한 이런 상황이 되고 마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의 등에 업혀가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어떤 식으로든 그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지… 단, 그의 등에서 내려오는 것은 예외로 하고.”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참고한 책: ‘음식 혁명’, 존 로빈스,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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