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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사우다지(1.30)

입력
2018.01.30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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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0일은 브라질의 공식 기념일 '사우다지의 날', 진한 그리움의 날이다. livinglanguage.com
1월 30일은 브라질의 공식 기념일 '사우다지의 날', 진한 그리움의 날이다. livinglanguage.com

브라질 포르투갈어 ‘사우다지(데) Saudade’는 ‘진한 그리움’쯤으로 옮길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저 설명은 온전하지도 않거니와 모국어 사용자라면 경박한 번역이라고 혀를 찰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용례들이 있지만 그들로도 포괄할 수 없는 뉘앙스가 있어, 저 단어의 의미를 전달하려는 아주 장황한, 한 말 또 하고 또 한다 싶은 설명 글들이 허다하다.

어설프게나마 옮기자면 사우다지는, 사랑했던 무엇 혹은 누군가의 부재에 대한 깊고 침울한 감정, 그리움이다. 그리움의 대상을 결코 되찾지 못할 것이라는 억눌린 자각- 명백한 자각이 아니다-이 그 그리움의 바닥에 있다. 사우다지는, 근황을 알지 못하고 또 알 수도 없는 이별한 연인이나 가족을 향한 감정이기도 하다. 실종됐거나 이사를 갔거나 사별한 누군가일 수도 있다.

떠난 이가 남긴 사랑도 사우다지일 수 있다. 그 때의 사우다지는 한 순간의 느낌, 경험, 장소, 사건 등을 통해 매개되면서 문득 되살아난 흥분과 기쁨, 심지어 행복의 감정일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이 착란으로 나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공허함이나 상실감, 부재의 깊은 아픔을 감당해야 한다. 되찾음의 행복과 착란으로의 비약이 만나는 희미한 사이의 공간 안에서 어슴푸레 배어 나오는 감정, 그것도 사우다지다.

저 단어의 유래를 두고도 13세기 포르투갈의 한 시인이 처음 썼다는 설,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이 썼다는 설, 대항해 시대에 실종되거나 전투 중 전사하거나 낯선 개척지에 정착해 되돌아오지 않은 군인ㆍ항해사들을 향한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담은 말이라는 설 등이 있다. 저 다양한 마음들이 긴 세월, 진주알처럼 겹겹이 맺혀 단단해졌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저 단어를 설명하는 자료들 중에는 장황한 설명 끝에, 다른 문화권 언어로는 온전히 옮기지 못한다고 실토하곤, 흑인 ‘블루스’같은 음악으로 우회해버리곤 한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 파두(Fado)를 이야기한다. 라틴어 파툼(fatum, 숙명)에서 파생됐다는 구슬픈 가락의 민속음악. 거기서 감지되는 강렬한 향수와 한으로 사우다지의 맛이나마 보라는 것이다.

포르투갈의 오랜 식민지였던 브라질의 오늘 1월 30일이, 사우다지의 날, 진한 그리움의 날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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