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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미국 ‘옐로스톤’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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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미국 ‘옐로스톤’의 비결

입력
2017.09.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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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의 동물과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

미국은 1872년 옐로스톤을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이곳에는 그리즐리불곰, 흑곰, 회색늑대, 바이슨(아메리카들소), 엘크(와피티사슴) 등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보호받으며 살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동물들을 보기 위해 매년 4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데 동물들은 어떻게 야생 그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 궁금했다.

미국의 국립공원 옐로스톤에는 매년 400만명의 사람들이 야생동물을 보기 위해 방문한다.
미국의 국립공원 옐로스톤에는 매년 400만명의 사람들이 야생동물을 보기 위해 방문한다.

최근 3박4일 일정으로 옐로스톤에 갔다. 입구에 들어서 옐로스톤 지도를 보니 커다란 8자 모양의 도로가 있었다. 일부 도로는 계절이나 날씨 사정에 따라 폐쇄한다. 이번에는 노리스부터 맘모스 핫스프링 구간이 막혔다.

멋진 뿔을 가진 수컷 엘크가 옐로스톤의 공원을 거닐고 있다.
멋진 뿔을 가진 수컷 엘크가 옐로스톤의 공원을 거닐고 있다.

공원을 방문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역시 여름이다. 가을로 들어서니 곰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고도가 높은 곳으로 이동해 쉽게 보기 힘들었다. 곰과 눈앞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한편에서는 곰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갈색 철제 상자가 있다. 곰이 음식 냄새를 맡고 찾아오는 것을 막기 위한 음식 저장 상자다.

캠핑장 부근에는 곰이 음식냄새를 맡고 찾아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음식저장고가 있다.
캠핑장 부근에는 곰이 음식냄새를 맡고 찾아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음식저장고가 있다.

옐로스톤의 모든 캠핑장에서는 식사를 하고 반드시 남은 것을 치우고 텐트 안에도 먹을 것을 남겨두면 안 된다. 반드시 쓰레기 봉지에 넣어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야생동물이 사람 음식에 의존하지 않도록 먹이를 주는 것도, 사람도 야생동물들이 야생에서 먹는 먹이를 채취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오래 전에는 곰에게 마음껏 먹이를 주었다고 한다. 곰들은 점점 사람들 가까이 왔고 먹이를 갖고 있는 사람을 공격하기도 했다. 지금은 먹이를 주면 5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육을 하지만 여전히 1년에 한 마리 정도 야생성을 잃는 곰들이 발생한다. 최근에도 먹이를 찾으러 캠핑장에 온 흑곰 한 마리를 죽였다는 슬픈 소식을 들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관계자가 관람객들에게 야생동물과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관계자가 관람객들에게 야생동물과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옐로스톤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야생동물과 ‘거리두기’ 이다. 곰과 늑대는 100야드(91m), 다른 동물들은 25야드(23m) 거리를 두고 관찰해야 한다. 사람과 동물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다. 100야드가 멀게 느껴지지만 곰은 불과 5, 6초 만에 사람에게 다가설 수 있다. 마지막 날까지 옐로스톤에서 바이슨(아메리카들소) 무리, 뿔이 멋진 수컷 엘크를 보았지만 곰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떠나는 길에 드디어 흑곰 한 마리를 봤다. 산등성이 중턱에 앉아 햇빛을 쬐고 있는 것 같았다. 많은 사람이 약속을 지킨 덕분에 곰이 보호를 받으며 야생 그대로 살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야생적응에 실패한 반달가슴곰들이 떠올랐다. 등산객들이 먹이를 주거나 곰의 먹이인 도토리 등을 채취한 것이 원인이었다. 반달가슴곰 서식지가 확대되는 지금 우리에게도 더 많은 교육과 확실한 제도가 필요하다.

글ㆍ사진 양효진 수의사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동물원 큐레이터로 일하고, 오래 전부터 꿈꾸던 '전세계 동물 만나기 프로젝트'를 이루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시작했다. 동물원, 자연사박물관, 자연보호구역, 수족관, 농장 등을 돌아 다니며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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