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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중력파 입증... 우주 관측의 새로운 ‘눈’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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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중력파 입증... 우주 관측의 새로운 ‘눈’ 얻었다

입력
2016.02.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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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년 전 2개의 블랙홀 충돌 때

발생한 중력파를 작년 9월 포착

과학계 “금세기 최고의 연구성과”

검출기 ‘라이고’ 개발 과학자들 노벨상 예약

스티븐 호킹 “나의 블랙홀 소멸 이론 입증”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남긴 마지막 수수께끼가 101년 만에 풀렸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이 공조해 중력파를 처음으로 검출하고 덤으로 두 개의 블랙홀까지 발견했다. 전세계 과학계는 “금세기 최고의 연구성과”라며 일찌감치 노벨상 수상을 점치고 있다. 아울러 중력파를 이용한 우주 관측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14개국 1,000여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라이고과학협력단(LSC)은 11일(현지시간) 두 개의 블랙홀이 합쳐지면서 충돌 직전 발생한 중력파를 포착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저명한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40년 전 내 이론이 입증됐다”며 “중력파 탐지는 천문학에 일대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고 밝혔다. 1970년대 그는 블랙홀이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소멸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서로의 주변을 돌던 두 블랙홀이 충돌해 합쳐지기 직전의 모습을 상상한 그림. 합쳐지기 직전부터 합쳐진 직후 0.15초 동안 여기서 나온 중력파가 우주공간에 퍼져 13억년 뒤인 지난해 9월 지구에 도달했고, 인류가 만든 검출기 ‘라이고’가 이를 처음 포착했다. 라이고과학협력단(LSC) 제공
서로의 주변을 돌던 두 블랙홀이 충돌해 합쳐지기 직전의 모습을 상상한 그림. 합쳐지기 직전부터 합쳐진 직후 0.15초 동안 여기서 나온 중력파가 우주공간에 퍼져 13억년 뒤인 지난해 9월 지구에 도달했고, 인류가 만든 검출기 ‘라이고’가 이를 처음 포착했다. 라이고과학협력단(LSC) 제공

태양보다 30배 무거운 블랙홀 충돌

중력파는 거대한 별이 폭발하거나 블랙홀끼리 부딪히는 등 무거운 천체가 급격히 움직일 때 발생해 빛의 속도로 우주에 전파되는 물결 같은 파동이다. 중력파가 지나는 곳에 있는 물체는 아주 짧은 순간 중력의 방향과 세기가 바뀌며 모양과 위치가 달라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온다.

이번 중력파는 약 13억년 전 태양의 36배 질량인 블랙홀과 29배 질량을 가진 블랙홀이 서로의 주변을 공전하다가 점점 가까워지며 충돌해 발생했다. 이때 발생한 중력파가 우주에 퍼져 13억년 뒤인 지난해 9월 14일 지구를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을 미국에 있는 중력파 검출기 ‘라이고(LIGO)’가 포착했고, 이를 협력단이 수개월에 걸쳐 분석했다. 충돌 후 두 블랙홀은 질량이 태양의 62배인 하나의 블랙홀로 합쳐졌고 일부 질량은 중력파 형태의 에너지로 빠져나가 소멸됐다.

중력파를 만들어낸 블랙홀은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타투인 행성에 떠 있는 두 개의 태양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두 개가 함께 공전했다. 블랙홀은 빛을 포함한 모든 물질을 흡수하기 때문에 주변에 다른 별이 없으면 관측할 수 없다. 그래서 블랙홀만으로 이뤄진 쌍성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나왔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협력단 측은 “블랙홀 두 개가 가까워져 충돌할 때까지 0.15초 동안 나온 중력파를 검출해 이들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거대한 질량을 갖는 태양(왼쪽)과 지구가 우주의 시공간을 어떻게 휘게 만드는지 상상한 그림. 이렇게 생겨난 중력파가 우주 전체로 퍼진다는 것을 아인슈타인은 101년 전 처음 예측했다. 라이고과학협력단(LSC) 제공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거대한 질량을 갖는 태양(왼쪽)과 지구가 우주의 시공간을 어떻게 휘게 만드는지 상상한 그림. 이렇게 생겨난 중력파가 우주 전체로 퍼진다는 것을 아인슈타인은 101년 전 처음 예측했다. 라이고과학협력단(LSC) 제공

“이번엔 확실…가짜일 확률 500만분의 1”

2014년 3월에도 중력파 검출 소식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당시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연구진은 남극에 설치된 특수 망원경으로 우주 초기에 생긴 중력파가 남긴 특별한 흔적(빛이 진동하는 현상)을 감지했다고 밝혔으나 같은 해 12월 우주먼지의 흔적으로 판명됐다.

협력단은 이번 발견이 중력파를 사진 찍듯 직접 포착했기 때문에 우주먼지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협력단은 오류를 줄이기 위해 라이고를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과 워싱턴주 핸포드에 1대씩 지었다. 협력단 측은 “2대에서 같은 신호가 검출됐으니 잡신호일 확률이 극히 낮다”며 “중력파가 아닐 확률은 500만분의 1 이하”라고 설명했다.

이번 중력파 검출에 사용된 라이고는 실험물리학자인 라이너 와이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명예교수, 로날드 드레버 캘리포니아공대 명예교수가 1970~80년대에 고안했다. 라이고는 길이 4㎞의 레이저를 ‘ㄱ’자 모양의 두 방향으로 쏜 다음 거울에 반사시켜 되돌아오는 동안 변화를 감지한다. 이때 중력파가 지나가면 레이저가 비뚤어지게 돼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노벨상을 수상할 경우 라이고를 개발한 두 과학자가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1994년 이래 라이고에 투입된 비용은 1조원에 이른다. 더불어 두 교수에게 라이고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이론물리학자 킵 손 캘리포니아공대 석좌교수도 강력한 노벨상 수상 후보로 꼽힌다. 그는 블랙홀을 다룬 영화 ‘인터스텔라’를 감수해 널리 알려졌다.

우주를 보는 새로운 ‘눈’

중력파 검출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과학자들에게 우주 관측을 위한 새로운 ‘눈’이 생겼다는 점이다. 인류는 가시광선과 엑스(X)선, 감마선, 전파 등으로 우주를 관측했지만 다른 물질과 섞이며 정보를 잃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중력파는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 없이 거쳐온 우주의 정보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이를 분석하면 두 개의 블랙홀 존재를 확인한 것처럼 우주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인터스텔라’도 중력을 이용해 블랙홀의 정보를 가져 오는 설정이다. 라이고 연구에 참여한 강궁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중력파로 블랙홀 내부 정보를 가져오거나 중력을 조종하는 것은 허구이지만 블랙홀 구조나 질량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중력파 검출기들. 미국 핸포드와 리빙스턴에 있는 라이고(LIGO)와 독일의 지오(GEO)600은 현재 운영되고 있으며, 이탈리아 비르고(VIRGO)와 일본 카그라(KAGRA)는 가동을 준비 중이다. 라이고는 인도에도 추가로 한 대 더 건설될 예정이다. 라이고과학협력단(LSC) 제공
전 세계 중력파 검출기들. 미국 핸포드와 리빙스턴에 있는 라이고(LIGO)와 독일의 지오(GEO)600은 현재 운영되고 있으며, 이탈리아 비르고(VIRGO)와 일본 카그라(KAGRA)는 가동을 준비 중이다. 라이고는 인도에도 추가로 한 대 더 건설될 예정이다. 라이고과학협력단(LSC) 제공

이에 세계 각국은 ‘중력파 천문학’ 경쟁을 본격적으로 벌일 전망이다. 이탈리아에 건설된 검출기 ‘비르고(VIRGO)’가 올 하반기 관측을 시작할 예정이고 인도에 들어설 라이고와 일본이 짓고 있는 ‘카그라(KAGRA)’도 2019~2022년 완공 예정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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