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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년 투자를 위한 경고, 유스퀘이크

입력
2018.02.05 10:1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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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퀘이크(youthquake).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한 2017년 올해의 단어다. 이는 젊음(youth)과 지진(earthquake)의 합성어다. 영국 선거에서 젊은이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다. 프랑스와 뉴질랜드에서는 30대 지도자가 선출됐다. 높은 청년실업,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으로 변화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유스퀘이크는 최근에 새로 만들어진 말이 아니라고 한다. 패션잡지 ‘보그’가 1960년대 처음 사용했는데, 당시엔 정치적 의미보다 문화와 가치관 측면에서 기성세대에 대한 도전의 의미가 컸다. 젊음의 열정은 패션을 넘어 음악과 각종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파격적인 비틀즈의 노래가 등장하며 음악 차트 1위를 석권했다. 호황으로 완전 고용과 정기 급여를 받는 젊은이들 덕에 활기찬 60년대가 열렸다. 50여년이 지난 시기에 이 단어가 다시 부상했지만 그 배경은 매우 다른 모습이다.

1960년대보다 지금의 세상은 전반적으로 풍요롭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세대간 부의 편중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영국의 20~25세 가구의 주택비용을 차감한 중위 소득은 전체에서 60%대 소득 수준이었다. 지금은 하위 30%대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집값 폭등 현상까지 감안한다면 청년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1980년에서 2000년까지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미래가 나아지리라는 희망보다는 현실의 답답함을 토로한다. 유로지역 청년(15~24세) 실업률은 여전히 높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청년실업률은 30% 이상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 의하면 전세계 실업자 중 35%가 청년이다. 이중 상당수가 빈곤층이다. 청년 실업률이 낮은 국가에서조차 버젓한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다. 유럽을 비롯하여 많은 곳의 젊은이들은 산업혁명 이후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못사는 첫 세대가 될지 모르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청년층은 꿈과 희망을 잉태할 수 있는 환경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G20(주요 20개국) 등의 논의 화두인 ‘포용적 성장’의 중심에 청년층 지원이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으로 청년 실업률과 비정규직 청년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 확대, 높은 저임금 노동자 비중, 증가하는 청년 실업률로 청년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학업-취업-결혼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춘의 아픔이 느껴진 지 오래다. 비정규직 청년의 아픔을 그린 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가 “욕심도 허락 받아야 합니까“라고 상사인 오차장에게 말한다. 얼마나 가슴 아픈 대사인가. 집 사고 애 낳고 일하는 게 꿈인데 그게 막혀 있다면 미래가 안 보이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청년(15~29세)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다. 청년실업은 일자리 미스매치, 산업구조 변화, 기술발전, 인구구조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려 나타난 결과다. 인구구조상 앞으로 3,4년이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특히 중요한 시기다. 우리나라 인구 중 20대 초반, 30대 초반은 줄고 있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전선으로 나오는 20대 후반(25~29세) 인구는 향후 5년간 39만명 늘어날 전망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손인 에코 세대의 구직이 본격화하면서 청년 고용 사정은 더 치열하고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보다 과감하고 실효성 있는 청년 일자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기존의 틀을 벗어난 시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정표 없는 첩첩산중에도 길은 있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길은 길이 아니다. 청년들이 ‘퀀텀 점프(Quantum Jumpㆍ대도약)’할 수 있는 길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확실한 투자라고 본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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