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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경영학] 자라가 잘 베끼기만 한다고? 진짜 비결은 시장 적응력

입력
2017.09.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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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산업은 상류층 스타일을 따라 하고 싶어하는 중산층의 열망을 발판으로 성장해왔다. 이 열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상류층만이 누릴 수 있었던 ‘최신 유행 제품’을 중산층도 누릴 수 있도록 한 회사가 바로 자라(ZARA)로 알려진 인디텍스다.

자라의 초기 모습은 지금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1975년 스페인의 한 작은 마을에서 작은 점포를 열었고, 그 점포가 바로 93개국에 2,2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150억유로의 매출을 올린 자라의 시작이다.

호주 브리즈번 자라 매장 외관. 화려한 나비 장식이 눈에 띈다. 위키피디아 제공
호주 브리즈번 자라 매장 외관. 화려한 나비 장식이 눈에 띈다. 위키피디아 제공

글로벌 경기 침체와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인해 전 세계 패션 소매업체들이 모두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점에 자라가 발표한 실적은 경이롭다. 혹자는 자라를 유행하는 상품을 빨리 베껴서 내놓는 회사 정도로 평가하는데, 진짜 자라의 성공 비결은 시장의 변화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그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한 데에 있다.

자라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위치한 작은 공장들을 연결해 다양한 스타일의 제품들을 소량으로 짧은 기간 내에 생산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이 같은 기획-생산 시스템은 기존 브랜드들이 짧게는 24주 길게는 52주까지 걸리던 기획-생산-매장입고 기간을 3주로 단축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는 패스트패션의 근간이다.

자라가 더 놀라운 점은 다른 패스트패션 경쟁자들이 트렌드에만 매몰돼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유행 상품만으로 매장을 구성하는 것과 달리 클래식한 상품을 항상 일정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는 더 많은 고객이 자라 매장을 찾게 만드는 동시에 선기획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자라는 이제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쌓아온 고객 취향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명 한 명 고객들에게 보다 정확한 패션(Accurate fashion)을 제안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변화하고 있다. 물론 현재의 패션 산업 환경이 자라에게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패스트패션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낙인 찍혀 사회적 비난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고, 자라의 트렌드 추종 전략은 디자인 표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자라가 인디텍스의 유연한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시장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이에 발맞춰 내부 혁신을 해온 것처럼 이런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현명한 대응 전략을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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