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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g 되니까 1㎏도?”…방심에 덜미 잡힌 마약밀수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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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g 되니까 1㎏도?”…방심에 덜미 잡힌 마약밀수범들

입력
2017.02.2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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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마약 투약 전과가 있는 이모(67)씨는 1월 초 전화 한 통화면 중국 칭다오 마약 판매상을 통해 필로폰 1㎏을 5,500만원에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처럼 마약을 투약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마약을 들여와 국내 판매상에게 웃돈을 받고 넘길 수 있다는 생각에 김씨는 들떴다. 하지만 마약을 어떻게 몰래 국내에 들여올지, 밀수한 마약을 어떻게 국내에 판매할 지 막막했다.

1월 중순쯤 김씨는 이런 고민을 동네 지인에게 털어놓자, 지인은 국내에서 마약을 판매하는 김모(50)씨를 소개시켜줬다. 이씨는 김씨를 만나 중국에서 산 가격에 1,000만원 더 받는 조건으로 밀반입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김씨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 뒤로 밀반입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밀수 목표 날짜는 2월 15일. 이들은 중국산 녹찻잎 제품 용기에 필로폰을 담아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마약 탐지견이 녹찻잎 냄새에 가려 필로폰 냄새를 맡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이 방식이 세관에서 적발되는지 범행 전에 시험 밀반입을 해보기로 했다. 이씨는 중국 칭다오에 있는 마약 판매상에게 대포폰으로 연락해 필로폰 0.03g을 9일에 보내보라고 주문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필로폰 0.03g은 세관을 무사히 통과했다. 시험 밀반입 성공에 김씨와 이씨는 안심하고 바로 필로폰 1㎏ 밀반입을 계획대로 진행시키기로 했다. 필로폰 1㎏을 63g씩 16봉으로 나아 담어 녹찻잎 용기 2개에 나눠 담아 보내라고 중국 판매상에게 전했다.

필로폰이 들어오기로 한 15일, 이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깨졌다. 인천공항 우편세관에서 적발된 것. 세관은 특히 중국에서 들어오는 우편은 엑스레이로 검사하는데, 녹찻잎 제품 박스 안에 옅은 색 물질과 짙은 색 물질이 함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옅은 것은 녹찻잎이었고, 짙은 것은 필로폰이었다. 세관 관계자는 “필로폰은 10g만 넘어도 세관에서 육안으로 걸러낼 수 있다”며 “1㎏가까이 필로폰을 넣어오면 엑스레이 검사에 무조건 잡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녹찻잎 냄새로 필로폰 냄새를 막는 작전은 필로폰 0.03g를 밀반입할 때는 효과를 봤을지 몰라도, 1㎏을 들여올 때는 무의미하다는 게 세관 당국의 설명이다. 세관 관계자는 “10g 미만일 때 마약탐지견이 필요한데, 0.03g이면 녹찻잎 냄새에 가렸을 수 있다”며 “하지만 1㎏은 마약탐지견까지 동원할 필요 없이 엑스레이로 검사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세관에서 마약 밀수으로 적발된 이씨는 경찰로 넘겨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되고, 김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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