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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홍준표 위증죄 청원

입력
2017.12.27 15: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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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보궐선거 당선 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내건 화두는 척당불기(倜儻不羈)였다. ‘기개가 있고 뜻이 커 남에게 얽매이거나 굽히지 않는다’는 좋은 의미를 그는 일방통행식 도정의 방편으로 삼았다. 임기 내내 진주의료원 폐쇄와 무상급식 중단 등으로 주민들과의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독고다이’ 스타일에 정치적 야망을 가진 그는 정치 입문 후 이 사자성어를 좌우명으로 삼고 액자로 만들어 갖고 다녔다.

▦ ‘척당불기’ 액자가 자유한국당 홍 대표를 옥죄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쟁점이었던 돈 전달 과정에서 홍 대표가 거짓증언을 했다는 유력한 정황증거가 이 액자이기 때문이다. 2011년 6월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건넸다고 증언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당시 홍 의원실에서 ‘척당불기’ 액자를 봤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반면 홍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가 된 뒤 대표실에 걸어뒀던 것으로 의원실에는 단 한번도 걸어둔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 그런데 뉴스타파 보도 동영상을 보면 2010년 8월4일 MBC뉴스에 그가 한나라당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이 액자가 벽에 걸려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최소한 ‘척당불기’가 그때부터 어느 시점까지는 의원실에 걸려 있었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검찰이 이를 사전에 확인했더라면 법원의 무죄 판단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홍 대표 무죄 선고 판결문에는 ‘윤승모의 진술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지만 일부 사실과 다른 점이 있어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돼있다. 의원회관 출입구 위치와 현금 띠지 교체 여부, 의원실 소파배치 등인데 4년이 지난 시점에서의 진술인 점을 감안하면 사소한 것들이다. 그에 비하면 홍 대표 방을 처음 방문한 사람의 액자 증언은 훨씬 믿을 만하다.

▦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홍 대표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해당 건으로 다시 기소될 일은 없다. 하지만 거짓 주장이 확인됐다는 점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홍 대표의 재심과 위증죄 처벌을 요구하는 글이 수천 건 올라왔다. 홍 대표는 액자 동영상이 공개되자 “MBC가 참 이상해졌다”며 즉답을 피했다. “증거를 조작한 검사들에 책임을 묻겠다”며 의기양양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가.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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