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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빚 내서 집 사라’ 정책 아웃!

입력
2018.04.04 15: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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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이 본격화한 것은 2013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짙어지던 때였다.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서 1기 경제사령탑을 맡은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는 경기활성화를 명분으로 은근슬쩍 부동산 부양책을 가동했다. 자산 가치가 올라가면 소비도 증가한다는 ‘자산효과’를 거론하기도 했지만, 집값 앙등으로 서민 주거 여건이 악화한다는 비판 때문에 드러내 놓고 부양책을 표방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부양책은 ‘부동산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포장됐다.

▦ 부동산 부양책과 부동산시장 활성화 방안은 비슷하지만 뉘앙스가 다르다. 부동산 부양책은 단순히 부동산 경기를 인위적으로 띄운다는 느낌을 주지만, 부동산시장 활성화 방안이라면 부동산시장이 지나치게 침체된 비정상 상황이기 때문에 ‘정상화’한다는 인상을 풍긴다. 정책 당국자들은 “가계 자산의 70%를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가뜩이나 가라앉은 경제가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는 걱정도 했다. 틀린 얘기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정책은 부동산 침체는 막되, 과열로 치닫지 않도록 섬세한 균형을 유지하는 게 옳았다.

▦ 하지만 정책은 이내 균형을 잃었다. 전체의 30%에 이르는 전세가구를 주택 매입 수요로 돌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대폭 늘리고 금리를 낮췄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도 폐지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번엔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이라는 기만적 대책을 통해 주택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무주택 세입자에게 ‘비싼 월세 사느니 전세금에 은행 대출 보태 집을 사라’는 압박을 가했다. 그런 식의 정책이 최경환ㆍ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로까지 이어졌다.

▦ 3년 간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이 쌓였다. 가계부채가 폭증했다.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은 더 멀어졌고, 월세 전환은 세입자 주거비용을 대폭 끌어올렸다. 소득은 제자리 걸음인데 주거비 급등과 대출 원리금 상환 압력으로 가계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됐다. 자산효과는커녕 소비 위축이 심화했다. 최근 국토부는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은 부적절했다”며 정책 실패를 공식화했다. 전 정부와 반대로 집값 잡기에 나선 현 정부의 시각을 반영한 셈이다. 하지만 집값 잡기 정책 역시 지나치면 독(毒)이 된다. 중요한 건 균형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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