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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에 물 끓여 난방효과… 필름 담요도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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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에 물 끓여 난방효과… 필름 담요도 ‘엄지 척’

입력
2016.01.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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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들의 눈물 나는 한파 극복기

난방 텐트. 권혁중씨 제공.
난방 텐트. 권혁중씨 제공.

최근 D 인터넷사이트에 자신을 ‘흙수저’라고 소개한 한 자취생이 물을 끓여 보온과 가습을 해결하는 노하우를 공개했다. 그는 “냄비에 물을 가득 채운 뒤 버너를 아주 약하게 켜 두면 방이 조금씩 따뜻해진다”며 “부탄가스 1개에 800원 꼴이고 하루 잠 자는 7시간 동안 부탄가스 반 개가 쓰이니 약 400원의 가성비(가격 대 성능 비율)면 따뜻하게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노하우엔 ‘대단하다’는 감탄과 함께 “이게 사실이라면 한국 사회는 문제가 심각한 것” “웃기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등의 씁쓸한 반응들이 잇따랐다.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면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월세와 생활비에 더해 또 다른 부담이 돼버린 겨울 난방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2030 ‘흙수저’들의 한파 극복기는 눈물겨울 정도다. 청년들이 공개한 한파를 피하는 방법에는 그들의 고단한 삶이 그대로 묻어난다.

서울 신촌에 사는 대학원생 강선우(27)씨는 지난달 원룸 한 켠 자그마한 창에 ‘바르는 뽁뽁이(단열 에어캡)’를 시공했다. 자취경력 8년 차인 그는 추위가 시작될 무렵이면 연례행사처럼 에어캡을 창문에 붙여왔다. 올해엔 좀 더 간편한 ‘바르는 식’으로 바꿨다. 여기에 들어간 돈은 1만5,000원. “12평(39㎡) 크기의 방에서 보일러를 풀가동했을 때 한 달 난방비가 8만원 남짓이지만 방풍을 하면 6만 4,000원까지 떨어뜨릴 수 있어 투자대비 최고의 효과”라는 게 강씨의 설명이다.

회사원 권혁중(31)씨는 지난달 6만원짜리 난방텐트를 구입했다. 치솟는 난방비에 고민이 깊어지던 중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난방텐트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3~4인용이지만 아내와 권씨 두 사람이 들어갔을 때에도 좁지 않을 정도였다. 권씨는 “텐트 안에 들어가면 웃풍이 확실히 덜 느껴진다. 아직까진 드라마틱한 난방비 절감 효과를 못 봤지만 가격대비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권씨처럼 난방텐트를 치거나 10만원이 훌쩍 넘는 온수매트를 까는 것은 그나마 ‘흙수저 상류층’에 속하는 편이다. 군용 방한내피(일명 깔깔이)를 입고 온수주머니를 안은 채 자거나 침낭 속에서 자는 고전적인 보온 방식에 더해 최근에는 몸의 열을 반사시켜 체온을 유지해주는 필름 형태의 담요까지 등장했다.

체온 저하를 막기 위한 필름 담요. 상품 판매 사이트 갈무리.
체온 저하를 막기 위한 필름 담요. 상품 판매 사이트 갈무리.

필름 담요는 당초 캠핑 등 야외활동 시 체온 저하를 막기 위한 용도로 판매됐다. 그러다 1,000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실내서 사용해도 효과 만점’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머니 가벼운 자취족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상도동 고시원에 거주하는 성모(22)씨는 “부스럭 소리가 나고 모습이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어차피 누가 볼 것도 아니고 가격 대비 보온효과는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 올렸다.

하지만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취업난과 생활고에 대한 압박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제는 청년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것조차 사치가 돼 버린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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