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편가르기 논란 속... 사법부 요직 속속 꿰차는 우리법연구회

알림

편가르기 논란 속... 사법부 요직 속속 꿰차는 우리법연구회

입력
2017.10.20 04:40
3면
0 0

대법원에 김명수ㆍ박정화 이어

헌재에도 유남석 입성 눈앞

진보 성향 짙은 판사들 모임

참여정부 시절 요직 차지

‘사법부의 하나회’ 비판 나오기도

“특정 집단 영향력 과도해져

다양한 성향 인사 임명돼야”

18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유남석 광주고등법원장이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고법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유남석 광주고등법원장이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고법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김명수 대법원장에 이어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유남석 광주고법원장을 지명하면서 이 단체 성격과 실체에 대해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조인들이 사법부 양대 축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최고위직에 대거 진출하자 일각에선 특정 집단의 영향력이 과도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리법연구회는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으로 분류된다. 1988년 제5공화국 시절 임명된 김용철 대법원장을 유임하자 이에 반발해 ‘제2차 사법파동’을 주도한 소장 판사들이 모여 만든 법원 내 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회 창립회칙에 ‘법률전문인의 비판적 시각에서 법률문화현상을 조사ㆍ연구해 민주사회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밝힐 만큼 사법개혁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파동 당시 일부 회원이 법원 내부게시판에 신 전 대법관과 대법원 대처 방안에 대한 비판 글을 주도적으로 올리면서 보수진영으로부터 명단 공개 요구를 받았다. 옛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MBC PD수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시국선언 사건 등 주요 시국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연구회의 정치적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공세를 받기도 했다. 명단 공개 이후 ‘사법부 하나회’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회원들이 조금씩 탈퇴했고, 지금은 모임이 사실상 해산됐다. 최근 대법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박시환 전 대법관은 이 모임 초대 회장이다.

우리법연구회가 재차 주목 받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 사법부, 법무부에 기용된 고위직 법조인을 연구회 출신이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이번 정부 첫 대법관이자 역대 다섯 번째 여성 대법관에 오른 박정화 신임 대법관과 김명수 대법원장은 모두 연구회에서 활동을 했었다. 지난 8월 ‘법무부 탈 검찰화’ 일환으로 사상 첫 비검찰 출신 법무부 간부로 발탁된 이용구 법무실장도 판사 시절 연구회에서 활동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인사가 중용되는 배경에는 청와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법원 내 최대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를 지내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판사직을 그만두고 청와대에 입성했다.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를 요구해온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우리법연구회의 후신(後身) 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비서관이 사법부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그의 연구회 이력과 무관치 않다. 김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법연구회 출신 중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는 20명 정도뿐”이라고 밝혔지만, 법조계에선 두 모임 성격이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앞서 참여정부 시절에도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은 법조계 요직에 대거 입성했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대법원 사법정책실장을 지낸 이광범 변호사, 김종훈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이 연구회 소속이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조인들이 “모임은 사실상 해체됐다”고 말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도 “학술모임일 뿐 이념 편향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진보성향이 짙은 법조인들이 주로 소속돼 있었다는 점에서 결속력이 상당하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이로 인해 연구회 출신의 잇따른 부각에 우려의 목소리도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보수 색채가 짙었던 사법부에 균형을 맞추는 시도로 해석되지만, 특정 집단 출신이 동시다발적으로 사법부와 정부 요직에 발탁되는 것을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사법부 최고 수장자리를 꿰차면서 법조계 내의 줄 세우기와 편 가르기가 심화할 것이란 지적이 커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하창우 변호사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고 해봐야 몇 명 안 되는데 최근 사법부 수장과 대법관, 헌법재판관에 잇따라 같은 모임 출신들이 임명되는 건 균형 잡힌 인사가 아니다”며 “앞으로 문 대통령이 임명할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이 상당한데, 다양한 성향의 인사가 임명돼야 사법부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