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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장래 위해? 공금 유용 들통? 태영호 귀순 ‘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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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장래 위해? 공금 유용 들통? 태영호 귀순 ‘베일’

입력
2016.08.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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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추측 꼬리에 꼬리

北당국 ‘공금 문제 탓 도피’파악

19세 차남 수학 등 수재로 알려져

평양 소환 땐 교육 물거품 우려

대북 제재 강도 높아지면서

경제 궁핍에 시달렸을 가능성도

한국으로 귀순한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2013년 영국 혁명공산당 모임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으로 귀순한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2013년 영국 혁명공산당 모임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한국 귀순을 결정하기까지 경위를 놓고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단순히 정치적 망명이 아니라 자녀 교육 문제 등을 고려한 '교육 이민형' 귀순이란 해석이 있는 한편, 태 공사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자금 압박을 받아왔다는 보도도 있다. 대사관 자금을 유용한 사실이 탄로날 것을 우려해 도피처로 한국행을 택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체로 생계 문제와 연관성이 높은 일반 탈북자들과 달리, 북한 외교관들의 망명은 본국과의 관계나 해당 공관의 내부적 상황과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다. 외교관들 특유의 자녀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도 이들의 제3국 망명이 잦은 이유로 제시된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태 공사의 둘째 아들 신상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태 공사의 망명 배경에 자녀 교육문제가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태 공사는 26세 장남, 19세 차남과 딸 등 2남 1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이 가운데 차남의 이름이 태금이라고 소개하고, 런던 서부 액턴의 한 고교 우등생이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과 와츠앱, 농구를 좋아하고, 수학과 컴퓨터 과목에서 최고성적을 받는 수재였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13학년이 시작되는 가을에 대학 진학 지원을 시작하는데 차남의 대학진학을 앞두고 있는 태 공사로선 본국 소환 명령이 있을 경우 자녀 교육에 큰 지장을 받게 된다. 또 덴마크에서 태어나 성장기 대부분을 서구권에서 보낸 차남 등 자녀들이 북한 생활을 견뎌내지 못할 것이란 아버지로서의 판단이 예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치적 망명이 아닌 이민형 망명일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BBC는 태 공사가 올 여름 임기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통일부도 17일 태 공사가 가족들과 함께 망명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등과 함께 "자녀의 장래 문제"를 탈북 이유로 설명했다.

궁핍한 경제적 여건도 망명을 택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태 공사는 2013~2014년 영국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본국의 친구들이 자신이 한 달에 1,200파운드(한화 173만원)로 수영장과 사우나를 갖춘 궁전에 사는 줄 알지만, 현실은 침실 2개에 비좁은 부엌이 있는, 대단할 것 없는 아파트"라고 푸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국제사회 대북제재 강도가 높아지면서 갈수록 북한 외교관들이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워지자 이들이 북한의 압박을 받기보다는 망명을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자녀교육 문제와 어려워진 자금사정이 태 공사의 결정적 한국 귀순 동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주영대사관의 2인자가 탈북을 결심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궁핍했을 것으로 보기 어렵고, 단지 자녀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북했다는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태 공사가 공금을 유용한 사실이 적발될 처지에 놓이자, 거액의 통치자금을 들고 한국행을 선택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외교가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태 공사는 임기가 끝나 평행 행을 앞두고 재무관리를 후임에게 인계해야 했는데, 자금 일부를 유용한 것이 탄로날까 고민해왔다”며 “결국 한국으로의 도피를 택한 것으로 북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 과정에서 태 공사가 테니스를 치며 만난 한국교민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그가 한국의 기관원이었다”면서 “태 공사는 도피를 준비하며, 북한 통치자금 580만달러까지 챙겨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태용호가 북한의 자금을 들고 왔는지 여부 등에 대해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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