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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희망의 임무

입력
2017.02.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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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는 어둠을 밝음으로 바꾸며 새벽에 이르렀어요. 밤을 새운 불은 날이 밝아오는 만큼 희미해지지요. 불의 죽음은 역설적이게도 간절하게 불이 필요했던 존재들에게 달려 있는 것일까요? 램프를 희망이라고 부른다면 희망의 의무는 어디까지일까요?

하늘이 있음에도 램프는 그를 위해 타오르고 있어요. 하늘이 있음에도 그가 램프를 끄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강에는 작은 배가 있어요. 성에 낀 유리창에 대고 갈매기들이 말 걸어요. 작은 배가 창을 끄지 않아, 창은 여전히 타오르는 램프예요. 그렇다면 이 시간의 램프는 이브 본푸아 식으로 말한다면 “저 너머의 나라”인 것일까요? 언어를 통해 언어 이전에 몰두한 시인을 따라가면 그곳에는 사물의 본질이 있지요.

…설…설이 난무하네요. 희망이라는 퍼드덕거리는 작은 새를 손이 감싸고 있음을 상기해야 해요. 각자의 두 손 안에 작은 새를 머물게 하는 것. 새의 발과 접힌 날개를 내리누르지 않는 것. 두 손으로 감싼 새의 심장을 가늠해보는 것. 램프로 저 너머의 희망을 밝히는 것. 희망의 의무이지요.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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