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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민공론화위원회 설치하자

입력
2017.12.05 13:4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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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사회연구원에 의하면 2015년 우리의 사회통합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29위라고 한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우리의 2016년 사회통합지수가 전년 대비 더 악화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2017년에는 희망을 보았다. 신고리원전 5ㆍ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경험이다. 그간 국가적 의사결정에 국민참여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러다 우리는 시민이 국가의 에너지원 결정에 참여하는 체험을 했다. 정부는 이를 존중하는 결정을 했고, 환경단체는 그 결정을 수용하는 성숙함을 보여 주었다. 이 과정은 사회갈등이 극심한 우리에게 합의 형성의 희망을 준다. 향후 공론화 절차가 더 적극 활용되었으면 한다.

그러자면 공론화 절차를 기획, 관리할 상설조직이 필요하다. 가칭 국민공론화위원회 (이하 위원회) 설치를 제안한다. 위원회는 의사결정 기구가 아니며 국민의 뜻을 모아 정부에 건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건의’라 해도 위원회가 결집한 공론을 정부가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통상 정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는 국민, 전문가, 이해당사자인데 위원회의 활동은 이 중 국민의 선택이 중요한 사안에 집중되어야 한다. 반면 이자율 결정과 같이 전문가의 판단이 더 중요한 사안, 송전탑 갈등과 같이 이해당사자간 합의가 더 중요한 사안은 위원회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

각 부처에 맡기지 않고 왜 별도의 위원회가 필요한 것일까? 그 이유는 첫째, 각 부처는 공론화 절차에 소극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론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시민의 뜻을 적극 수용한다는 약속은 정부에게 부담이다. 특히 정부가 원하는 결론이 있는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부처의 권한약화도 걱정될 것이다. 번거롭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점에서 제3의 기구가 공론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그 과정을 대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각 부처는 대부분 갈등의 당사자로서 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각 부처가 공론화위를 만들면 다른 이해당사자들은 자신들을 들러리 세운다고 생각한다. 만약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위를 산업부가 주관했다면 환경단체는 불참하거나 최종결과에 반발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 같이 독립적이거나 대통령 혹은 총리실 소속이 좋겠다.

상설위원회 대신 총리실이 신고리 5ㆍ6호기 때처럼 사안별 공론화위를 설치하면 된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매우 번거로운 일이다. 총리훈령을 통과시키고, 위원을 위촉하고 교육시키는 데에만 많은 시간이 소모될 것이다. 사안별로 별도의 공론화위를 구성해야 전문성을 기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는데 이는 위원회의 역할을 오해한 반론이다. 위원회는 의사결정 주체가 아니라 공론화 과정을 기획·관리한다. 따라서 원전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 공론화 절차를 이해하는 전문가가 위원이 되어야 한다. 위원회는 비상임위원을 중심으로 구성하되 위원장은 상임으로 두길 권한다. 별도의 사무국은 필수이다. 공론화 절차를 위한 예산지원은 물론이다.

지난 정부도 대통령 직속으로 국민대통합위원회, 사회통합위원회 등을 설치했었다. 그러나 이들 위원회는 의식개혁, 조사연구 등 간접적 활동만 수행했다. 이제는 갈등사안에 직접 관여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프랑스는 사회적 합의도출을 위해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를 독립기구로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민공론화위 설치의 최대 걸림돌은 국회다. 국회는 위원회가 국회 권한을 잠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에서 갈등관리기본법을 제정하려고 했으나 국회 반발로 무산된 경험도 있다. 그런데 최근 국회에는 본 기고문의 내용과 유사한 국가공론위원회법이 발의되어 있다. 세부 내용은 차치하고 국회에 이런 법안이 발의된 것에 일단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국회에서의 논의과정을 지켜 볼 생각이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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