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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호남 출신 농협중앙회장… 가시밭길 위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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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호남 출신 농협중앙회장… 가시밭길 위에 서다

입력
2016.01.1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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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투표선 2위 결선투표서 역전승

부패 척결·경제지주 폐지 등 난제 첩첩

김병원 신임 농협 중앙회장. 연합뉴스
김병원 신임 농협 중앙회장. 연합뉴스

첫 호남 출신 농협 중앙회장이 탄생했다. 영남 출신이 많은 대의원 지형도를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은 길지 않을 전망. 농협법 개정, 내부 부정부패, 갈수록 위축되는 국내 농업 등 손 봐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농협은 이날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중앙회장 선거에서 김병원(63) 전 농협양곡 대표가 당선됐다고 밝혔다. 전남 나주 출신의 김 당선자는 1978년 농협에 입사, 나주 남평농협에서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조합장 3선을 지냈으며 NH무역과 농협양곡 대표를 역임했다. 김 당선자는 오는 3월 말 농협중앙회 결산총회 다음 날부터 4년간 임기(단임제)를 시작한다.

이날 김 당선자는 ‘삼수’ 끝에 당선되는 기쁨을 맛봤다. 그는 첫 도전이던 2009년 중앙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서 최원병 현 중앙회장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지만, 이어진 결선 투표에서 최 회장에 석패했다. 2011년 선거에서도 재선에 나선 최 회장에게 쓴 맛을 봤다.

이날 선거에서는 결선 투표제의 덕을 톡톡히 봤다. 대의원 290명(정수 292명)이 참여한 1차 투표에서 김 신임회장은 수도권 출신으로 104표를 얻은 이성희(67) 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에 이어 2위(91표)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어진 결선 투표에서 김 신임회장은 163표를 얻어 이 전 감사위원장(126표)을 누르고 막판 역전에 성공했다.

지역별 대의원 수는 경남ㆍ북(부산 대구 울산 포함) 87명, 전남ㆍ북(광주 포함) 63명, 충남ㆍ북(대전 포함) 55명, 경기 43명, 강원 23명 등. 역대로 영남 출신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실제로 최원병 현 중앙회장과 정대근 전 중앙회장은 각각 경북, 경남 출신이다. 영남 출신인 최덕규(66) 합천가야농협 조합장은 이날 1차 투표에서 3위(78표)에 그쳐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김 당선자는 취임 직후부터 해결해야 할 현안이 상당히 많다. 당장 그가 선거 과정에서 내걸었던 농협경제지주 폐지 공약부터 풀어야 할 숙제다. “농협경제지주 때문에 지역 농협에 피해가 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2012년 ‘중앙회- 2지주사’ 체제로 정비돼 내년 1월 공식 출범을 앞둔 경제지주를 폐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소관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문제점이 노출된 중앙회장 간선제 역시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400조원대 농협 자산을 책임지고 229만명의 농협 조합원을 대표하는 막중한 권한에 비해 대표성이 취약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호중 좋은농협만들기 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이번 선거는 정책선거가 실종된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했다”면서 “신임 회장은 선거 공약으로 직선제 전환과 회원조합의 권한 강화 등을 내건 만큼 앞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 민선 전환 이후 1~3대 회장이 전부 뇌물수수 등 이권 개입 혐의로 사법 처리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내부 부패의 고리를 끊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점점 떨어지는 상호금융의 경쟁력과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등에 따른 국내 농업 침체 등도 김 신임회장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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