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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노동 현안에 밀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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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노동 현안에 밀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입력
2018.05.03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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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ㆍ자살 등 산재 인정 난관

佛ㆍ加 등은 관련법 따라 엄중 처벌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관계자가 지난달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직장내 괴롭힘 및 폭언, 폭행, 성희롱 등 3대 폭력 근절을 위한 노사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관계자가 지난달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직장내 괴롭힘 및 폭언, 폭행, 성희롱 등 3대 폭력 근절을 위한 노사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법상 성인들 간 이뤄지는 ‘괴롭힘’은 정의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폭행’하는 것을 금지(제8조)할 뿐이며,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용자에게 근로자의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작업환경을 두도록 하지만(제5조) 해석이 모호하고 따로 벌칙 조항도 없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제2장)만을 제한할 뿐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직장, 학교 등에서의 괴롭힘을 정의(제3조)하고 금지하지만 사실상 모든 성인의 집단따돌림(일명 왕따)을 예방하고 처벌할 보편적인 정의도, 법적 근거도 없는 셈이다. 괴롭힘으로 피해자가 우울증이나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얻게 되더라도 물리적 폭력이 동반되지 않는 이상 산재 인정을 받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 입법 논의는 꾸준했지만 성과는 전무하다. 지난 19대 국회 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등이 네 차례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됐다. 최근 입법 논의가 다시 활발해졌지만 걸음마 수준이다. 20대 국회에서도 이인영,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관련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계류상태다. 지난 3월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괴롭힘 방지, 피해자 유급휴직 조치, 가해자 징계 등의 내용을 담은 제정안을 최초로 발의했으며,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27일 유사한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발의했다. 그러나 최근 근로 시간 단축, 최저임금법 개정 등 주요 노동 현안에 밀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 왕따 방지법은 뒷전으로 밀려 있는 상태다. 환노위 관계자는 “한 차례 논의가 있긴 했지만 괴롭힘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의견이 엇갈려 본격적인 시작도 못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선진국은 일찌감치 직장 내 괴롭힘을 정의하고 엄한 처벌 규정도 두고 있다. 프랑스는 1998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연구가 파문을 일으키면서 2002년 노동법으로 정신적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명시했다. 이후 개정을 통해 종업원 대표 등 노동자 대표의 집단적 해결방식 도입, 사용자의 입증책임 강화 등을 명시했다. 징계도 엄격하다. 프랑스 형법은 반복된 언행으로 다른 사람을 괴롭힌 이에게 징역 2년 및 3만유로(약 4,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으며, 이 같은 정신적 괴롭힘에 따른 차별행위에 대해서는 노동법으로 1년의 징역 및 벌금 3,750유로(약 500만원)로 추가 처벌한다.

캐나다는 1999년 오타와의 한 운송회사 직원이 괴롭힘을 참지 못해 동료 4명을 총으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후 각 주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막기 위한 입법이 논의됐다. 대표적으로 퀘벡주는 노동기준법으로 직장 내 정신적 괴롭힘을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말, 동작 또는 몸짓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사용자에게는 괴롭힘 예방 및 중지 조치 의무를 부여했다. 유죄 인정 시 가해자는 5년 이하 구금형의 처벌을 받게 되며 사용자는 최대 6,000캐나다달러(약 508만원ㆍ재범 기준)의 벌금을 내야 한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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