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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 3배 들고 올림픽 3연패한 ‘역사’ 슐레이마놀루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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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 3배 들고 올림픽 3연패한 ‘역사’ 슐레이마놀루 타계

입력
2017.11.20 14:3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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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이 18일(이하 현지시간) 50세 짧은 생을 마감한 나임 슐레이마놀루(터키)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영정 사진을 들고 서 있다. 사진의 글은 “당신은 우리의 가슴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오른쪽 관에 입맞춤하는 이는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그리스 역도 선수 발레리오스 레오니디스로 그는 고인이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동메달을 따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한 소년이 18일(이하 현지시간) 50세 짧은 생을 마감한 나임 슐레이마놀루(터키)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영정 사진을 들고 서 있다. 사진의 글은 “당신은 우리의 가슴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오른쪽 관에 입맞춤하는 이는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그리스 역도 선수 발레리오스 레오니디스로 그는 고인이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동메달을 따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세계 역도계에 한 획을 그은 ‘역사(力士)' 나임 슐레이마놀루(터키)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50세. AFP와 터키 언론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슐레이마놀루가 터키 이스탄불의 한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고 보도했다. 슐레이마놀루는 2009년부터 간부전에 시달렸고, 지난달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슐레이마놀루의 몸 상태는 악화돼 결국 숨을 거뒀다.

키 147㎝에 불과한 슐레이마놀루는 ‘작은 거인’, ‘포켓 헤라클라스'라 불렸고, 특히 터키인들에게는 영웅이었다. 불가리아 내 소수 민족 터키계였던 슐레이마놀루는 1986년 터키로 망명을 감행했다. 그는 18세였던 1985년에 이미 남자 역도 60㎏급 세계 기록을 세웠는데 이듬해 불가리아 정부가 슐레이마놀루에게 불가리아식 이름인 '나음 슐레이마노프'라고 적힌 새 여권을 발급했다. 동시에 불가리아 언론에서는 "이름을 바꾼 슐레이마노프는 불가리아식 이름을 자랑스러워한다"는 거짓 기사를 냈다. 불가리아 내 터키계 사람들은 슐레이마놀루에게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결국 슐레이마놀루는 1986년 12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역도선수권대회가 끝난 뒤, 터키로 망명했다. 멜버른 주재 터키 영사를 찾아가 영국 런던으로 이동한 그를 위해 당시 터키 총리가 전용기까지 내줬다. 슐레이마놀루는 터키에 도착한 뒤 "나의 민족성이 담긴 내 이름을 바꿀 수 없었다"고 말했다. 터키는 불가리아와 분쟁을 막고자 100만 달러의 위약금을 내는 성의를 보였다.

슐레이마놀루는 1987년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뒤,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터키 국가대표로 활약했는데 이 때부터 세계 역도 역사를 바꾸기 시작했다. 남자 60㎏급에 출전한 슐레이마놀루는 인상 152.5㎏을 들었다. 역도 역사상 최초로 인상에서 자신의 몸무게 2.5배 이상을 들었다. 용상에서는 "사람은 자신의 몸무게 3배를 넘게 들 수 없다"는 통념까지도 깼다. 슐레이마놀루는 190㎏에 성공했다. 이전까지 용상에서 자신의 체급에 정확히 3배를 든 사례는 있었지만 초과한 건 슐레이마놀루가 처음이었다. 서울올림픽 용상에서 슐레이마놀루는 자신의 몸무게 3.18배를 들었다. 1989년 갑작스러운 은퇴를 선언한 슐레이마놀루는 터키 정부의 간청에 1991년 복귀했고 1992년 바르셀로나, 1996년 애틀랜타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역도 사상 최초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슐레이마놀루는 세계선수권 7연패와 공식 세계기록 46회 달성 등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록을 쌓았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작은 몸집으로 세계를 들어 올렸던 터키 역도 영웅 슐레이마놀루가 18일 세상을 떠났다. 그가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던 1996 애틀랜타 대회에서 온 힘을 다해 바벨을 들어 올리는 장면. AP 연합뉴스
작은 몸집으로 세계를 들어 올렸던 터키 역도 영웅 슐레이마놀루가 18일 세상을 떠났다. 그가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던 1996 애틀랜타 대회에서 온 힘을 다해 바벨을 들어 올리는 장면.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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