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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부실 눈감아 집유 선고받고도 공단서 또 운항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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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부실 눈감아 집유 선고받고도 공단서 또 운항 관리

입력
2015.07.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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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조합 대신해 감독 인계 받은

선박안전기술공단도 안전관리 의문

"해수부·해경이 맡아야" 목소리

7일부터 선박안전기술공단(이하 공단)으로 소속을 옮겨 여객선 운항관리 업무를 담당하게 될 이모(50)씨는 세월호가 참사가 있기 약 20여일 전인 지난해 3월 25일, 해운조합 인천지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당일 오후 6시30분에 출항 예정인 세월호를 점검하면서 8피트 규격의 컨테이너가 적재된 사실을 알았다. 세월호는 10피트 규격의 컨테이너를 고박하기 위한 장치만을 가지고 있어 제대로 고정하기 힘든 8피트 컨테이너 적재는 규정 위반이었다. 두 컨테이너는 크기가 달라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했지만, 이씨는 운항관리 규정을 어기고 관할 해양경찰서장과 지방해양항만청장에게 보고 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 기소된 이씨는 지난해 10월 인천지법의 1심 판결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이 사건 자체가 세월호 침몰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와 같은 관행이 유지ㆍ축적되어 결국에는 많은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대형사고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운항관리 비리ㆍ태만으로 기소됐는데도 공단에서 운항관리 업무를 계속하도록 특채된 운항관리자들의 판결문에는 이처럼 오랜 관행과 불감증으로 망가진 여객선 안전관리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점검이 안돼 출항이 불가하다’는 부하직원의 보고를 무시하고 여객선을 출항시켰다가 기소된 경우도 있었다. 인천지부 운항관리실장으로 있던 한모(53)씨는 2013년 8월 6일 부하직원으로부터 전날 방향타 고장 수리를 마친 S호가 점검을 받지 않고 출항하려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한씨는 S선을 소유한 해운사 대표가 전화로 “점검을 받지 않았지만 우선 취항해서 여객선 운항을 하게 해 달라”고 청탁하자, 부하직원에게 “더 이상 문제 만들지 말고 여기서 끝내라”며 보고를 묵살했다. 하지만 한씨는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도, 이번 공단의 특별채용에 무난히 합격했다. 한씨는 해운사 대표 등으로부터 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도 있었지만 운항관리자는 공무원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기소된 운항관리자들은 벌금형이나 선고유예 등이 많아 형량이 낮은 편이지만 죄질이 가벼워서라기 보다, 여러 여건이 감안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월 운항관리자 윤모(55)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윤씨의 파견지에는 1명이 근무하고 대체 인력이 없는 관계로 운항관리자의 신변상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할 경우 안전점검을 실시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윤씨는 이번 특채에 채용되지는 않았다.

당시 해운업계의 비위를 수사했던 한 검사는 “상당수 운항관리자들이 수십~수백 건의 규정을 위반했지만 당장의 운항관리 업무 마비를 우려해 대부분 불구속 수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선사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이 선박 안전을 감독하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공단을 업무 인수인계 기관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번 비위자 특별채용을 계기로 공단의 안전관리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 현직 운항관리자 A씨는 “운항관리자들의 권한이 다소 높아 질 수는 있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는 선박에 대한 출항정지 조치를 내리기는 업계 구조상 어렵다”며 “현장에서는 준 정부기관에 불과한 공단보다는 강제 권한이 있는 해경이나 해수부가 권한을 이관 받아 직접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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