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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카카오톡 사찰의 교훈

입력
2014.10.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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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넷산업의 미래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카카오톡은 전국민의 대다수가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일 뿐 아니라 전세계 가입자수가 1억명에 달하는 글로벌 메신저이기도 하다. 게다가 최근 인터넷포털 다음과 합병, 새로운 기대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카카오톡 사찰이 밝혀졌다. 검찰이 사이버검열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후 1주일 사이에 보안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독일의 텔레그램으로 150만여명이 이동했다. 생각 없는 일부 정부 고위관료의 잘못되고 성급한 판단과 결정이 한 순간 카카오톡 사용자들에게 혼란과 불신을 안겨다 준 것이다. 물론 카카오톡도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일찌감치 보안과 프라이버시에 신경을 썼더라면 충분히 사용자들의 사생활 노출과 감청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었지만 그것을 외면했다.

미국을 비롯, 영국 등 30여 개의 유럽국가들이 감시, 감청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이집트 등 아랍의 독재국가들 역시 국민의 대화를 감시하는 도청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내란죄, 강간, 상습협박 등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규정된 일부 중범죄에 한해 감청을 하는 것까지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굳이 검찰이 나서 사이버검열을 공식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종의 협박 아닌가. 우리가 감시하고 있으니, 말조심해라 하는 무언의 압박.

모든 것을 이처럼 법이나 규제를 통해 하겠다는 구시대적 발생은 이 뿐이 아니었다. 전세계 인터넷 게임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 게임업체들에게도 게임중독법을 만들어 족쇄를 채우려고 했던 일부 국회의원의 움직임도 있었다. 게임중독법의 의도는 충분히 알겠지만, 그런 식의 규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임중독법으로 한때 게임사들은 주눅이 들어있었고, 아예 서버를 외국으로 옮겨 사업을 하려는 업체도 있었다고 한다. 이를 틈타 일부 국가에서는 좋은 조건으로 한국의 게임사들을 유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나섰다. 그렇게 우리 게임사들이 외적요인으로 주춤하는 사이 외국의 게임사들은 게임개발에 전념하면서 무섭게 약진했고, 전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나섰다.

법으로 게임을 규제하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잘못된 발상이었다. 차라리 솔직하게 메이저 게임업체들이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게임회사는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고, 재활기관을 만들고, 지원해 나가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구시대적 발상으로 법을 통해 게임업체를 압박하려 한 것은 오히려 게임회사가 게임개발에 전념하지 못하게 하는데 한 몫 했을 뿐이다. 다행히 게임중독법 입법은 일단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가능한 모든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날마다 강조하고 있다. 또 창조경제의 축이 인터넷산업이 될 것이라고 수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인터넷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아니면 발목을 잡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인터넷사업은 우리시대의 미래다. 특히 사물인터넷 시대로 이행하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규제와 정부의 태도는 곤란하다. 아니 위험하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카카오톡 가입자가 한 순간에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둑과 모래성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우리 인터넷산업의 미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사실상 국가의 인프라의 모든 부분은 네트워크화한 IT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요한 시기에 정부의 구시대적 발상은 한국 인터넷산업의 미래에 중대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나아가 한 순간 우리 인터넷 미래를 망칠 수도 있는 어려운 사태를 가져다 줄수 있다. 국가의 지원과 따뜻한 격려가 필요한 시기다. 동냥은 커녕 쪽박을 깨지 않기를 바란다.

최희원 작가ㆍ한국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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