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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보너스' 중간배당 기업 증가... 성장 동력 갉아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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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보너스' 중간배당 기업 증가... 성장 동력 갉아먹나

입력
2018.06.29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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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 상장사 실시… 20% 증가

삼성전자 3월 이어 대규모 예상

전체 액수도 갈수록 늘어나

“주주들에 이익 환원” 긍정론 속

“기초체력 약화시키는 자충수”

경쟁력 위한 투자 위축 목소리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회사 이익을 수시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중간배당 기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 배당금이 8월에 입금돼 ‘여름 보너스’로 불리는 이번 중간배당(기준일 29일)에는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36개사가 이익 환원에 나선다. 주주들의 배당 요구에 적극 응하는 주주친화적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는 긍정론 한편으로, 기업들이 설비투자 등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써야할 재원을 근시안적으로 처분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9일 기준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코스피 상장사는 36곳으로 집계됐다. 중간배당 회사는 재작년 23개사, 지난해 30개사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로, 올해는 SK, 두산, 두산밥캣 등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6월 배당사 36곳 중 14곳은 올해 분기별 배당에 나선 회사들로 3월에도 총 2조4,364억원을 주주들에게 나눠줬다.

코스피 상장사 중간배당 추이. 박구원기자
코스피 상장사 중간배당 추이. 박구원기자

중간배당 규모도 매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의 중간배당 규모(보통주 기준)는 2016년 8,455억원에서 지난해 4조1,777억원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고,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주주친화 정책 강화 차원에서 재작년 1,240억원이던 중간배당 규모를 지난해 2조5,426억원으로 대폭 늘린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에도 보통주에 대해 2조1,133억원 규모의 분기 배당을 시행했다.

상장사의 배당 확대는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주주 환원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6년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배당 확대 압박을 받은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배당을 대폭 늘린 것이 대표적 사례다. 600조원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올해 하반기 스튜어드십코드(주주권 행사 모범규준) 도입을 예고하는 등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 강화 움직임에 기업들이 선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지분 보유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주 제안을 통해 배당 확대를 건의할 경우 중간배당에 나서는 기업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당 주기를 연간에서 반기 또는 분기로 앞당기는 기업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선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줘 기업 신뢰도와 주가를 높이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간배당은 기업이 탄탄한 실적과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어필해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배당 증가와 투자 위축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이 영업이익을 설비투자, 연구개발(R&D) 등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쌓아두기보단 당장의 주가 관리에 연연하며 배당금으로 소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코스피 상장사들은 평균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을 전년도 34.46%에서 33.81%로 낮추면서도 설비투자를 139조5,134억원에서 169조8,029억원으로 늘리며 ‘성장 중시’ 기조를 유지했지만 올해는 그 흐름이 역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주환원 정책은 저성장 고착화, 신성장 동력 고갈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의 고육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올 들어 설비투자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3월 -0.1%, 4월 0.6%로 부진했고,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반도체 제조용장비 수입액과 기계류 수입액은 지난달 각각 10.4%, 3.2% 줄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출 증가세 둔화,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의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의 배당 확대 정책이 자칫 경기 부진을 버텨야 할 기초체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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