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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기업 준법경영의 원칙 새삼 환기시킨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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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기업 준법경영의 원칙 새삼 환기시킨 판결

입력
2015.12.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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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서울고법의 재판이 파기환송심인 데다 이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일찌감치 형량 감경이 예상됐던 터였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이 사실상 최종 판결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실형 선고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재판부는 “재벌 총수라 하더라도 법질서를 경시하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면 엄중하게 처벌받는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범죄 재발을 막고 건전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통한 진정한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지 않고는 기업의 경영위기 극복은 물론 국가 경제성장도 요원하다는 인식이 담겨있다. 재판부는 대기업의 경제적 비중과 사회적 책무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도 내비쳤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이 회장이 하루빨리 경영에 복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했지만 대의를 더 크게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은 주된 이유는 횡령이나 배임보다는 조세포탈 혐의다. 대기업 총수가 개인자산을 관리하는 부서를 두고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데 대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해 국민의 납세의식에도 악영향을 끼쳤다고 본 것이다. 이 회장의 건강 문제는 “근본적으로 양형 요소라기보다는 형의 집행과 관련된 문제”라고 못박았다. 실형을 선고 받고도 여러 차례에 걸쳐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치료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점에서 “많은 고민 끝에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합리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한 때 재벌 총수가 재판을 받고 지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나자 ‘3ㆍ5법칙’‘정찰제 판결’이란 말이 공공연히 떠돌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사회 전반적으로 대기업 총수들의 범죄 행위를 엄단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사법부의 기류도 달라졌다. 법을 어기면 누구나 차별 없이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사회적 합의다. 굳이 사법정의차원이 아니라 국가경제를 위해서라도 불법을 저지른 피고인에게 엄정한 법 적용은 필요하다. 이번 법의 판단은 오너 리스크를 안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준법경영이 당연한 원칙으로 확고히 자리 잡아야 건전한 지배구조가 뿌리내릴 수 있고, 진정한 기업발전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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