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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고양이 내게 맡기개” 고양이 탐지견 ‘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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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고양이 내게 맡기개” 고양이 탐지견 ‘몰리’

입력
2017.05.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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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탐지견 몰리가 잔디밭에서 냄새를 추적하고 있다. 더펫디텍티브(ThePetDetective) 페이스북
고양이 탐지견 몰리가 잔디밭에서 냄새를 추적하고 있다. 더펫디텍티브(ThePetDetective) 페이스북

지난 10년 동안 영국에서는 10만 마리가 넘는 고양이가 행방불명 됐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실종된 고양이들은 굶어 죽거나 헛간에 갇혀 사망하는 일도 있다고 하는데요. 영국 일간 가디언, 더썬 등은 최근 실종된 고양이를 찾는 탐지견 ‘몰리’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영국 길드포드에 거주하는 반려동물 탐정 콜린 부처(Colin Butcher)씨는 고양이를 잃어버린 반려인들로부터 일주일에 15번 이상 전화를 받습니다. 개의 경우는 잃어버린 후 24시간 내에 연락하면 찾을 확률이 80%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반면 유연한 신체구조로 작은 구석이나 갈라진 틈새에 몸을 숨기는 고양이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콜린 씨가 고양이 탐지견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건 한 부부의 고양이 실종 의뢰 때문이었습니다. 아이가 없던 부부에게는 고양이가 자식과 같은 소중한 존재였는데요. 고양이는 이웃 주민의 정원 창고에서 발견되었지만, 너무 늦게 발견되면서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콜린 씨는 “고양이를 찾는 데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2주 내에 찾지 못하면 구조한 후에도 생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부상을 당했거나 병이 난 고양이는 더욱 몸을 숨기게 되는데, 낯선 장소에서 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건강이 더욱 악화된다는 겁니다.

콜린 씨는 실종된 고양이를 빨리 찾기 위해 마약이나 폭탄을 수색하는 개가 있는 것처럼 훈련 받은 고양이 탐지견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때 마침 2년 동안 주인이 세 번이나 바뀐 코카스파니엘 종 ‘몰리’를 만났습니다. 몰리는 흥분하면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문제견이라 여겨지던 개였죠. 하지만 콜린 씨가 본 몰리는 물건을 찾아내는 게임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건강하고 현명한 개였습니다. 몰리가 고양이 탐지견으로 적합하다고 직감한 콜린 씨는 몰리를 테스트해보기로 했습니다. 고양이 탐지견으로 활동하려면 고양이가 숨어 있을만한 좁은 장소에도 들어갈 수 있고, 고양이를 추격하지 않아야 했거든요.

콜린 씨는 몰리를 고양이 12 마리가 있는 농장으로 데려가서 고양이를 추격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몰리는 추격은커녕 짖지도 않았습니다. 훈련사와 눈을 맞추고 지시도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그 후 몰리는 당뇨병 등 생명을 위협받는 사람들을 위한 보조견을 양성하는 자선단체인 의학탐지견센터(Medical Detection Dogs)에서 세계 처음으로 전문적인 고양이 탐지견 훈련을 받았습니다.

훈련은 몰리가 실종된 고양이의 침대에서 냄새를 맡은 후, 고양이를 발견하면 고양이가 두려워하지 않도록 옆으로 누워 신호를 보내도록 진행됐습니다. 성공하면 몰리가 좋아하는 간식이 보상으로 제공됩니다. 9개월 간의 훈련 결과 몰리는 최종 테스트에서 95%의 성공률을 입증했습니다.

한 반려인이 고양이 탐지견 몰리의 수색을 통해 찾은 고양이를 안고 미소 짓고 있다. 더펫디텍티브(ThePetDetective) 페이스북
한 반려인이 고양이 탐지견 몰리의 수색을 통해 찾은 고양이를 안고 미소 짓고 있다. 더펫디텍티브(ThePetDetective) 페이스북

몰리가 첫 임무에 성공한 것은 올해 2월이었습니다. 몰리는 실종된 고양이의 집 잔디밭에서 냄새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몰리는 한 정원의 잔디밭에 누워 신호를 보냈습니다. 고양이는 정원 헛간 안 지붕에서 발견되었는데요. 그곳은 집에서 6마일(약 9.65 ㎞)이나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고양이의 주인은 하늘을 둥둥 떠다니듯 황홀해했고, 몰리의 활약에 매우 놀랐습니다.

콜린 씨는 몰리 없이 수색할 때보다 성공률이 3배나 높아졌습니다. 몰리는 일할 때 3m 벽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형광 가슴줄을 매고, 특별한 로프를 장착하기도 합니다. 또한 못이나 유리조각으로부터 발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히 주문 제작한 신발도 신습니다.

콜린 씨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찾기 위해 개를 훈련시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합니다. 모든 개들은 고양이를 추격하는 습성이 있어서 실종 고양이를 발견하더라도 고양이를 보호하는 것이 불가능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몰리는 차분히 자신의 업무에 임합니다. 몰리에게는 고양이 탐색이 단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일 뿐이죠.

한 때는 문제견으로 불리던 몰리. 이제는 콜린 씨를 만난 덕분에 세계 처음으로 실종 고양이 탐지견이 되어 오늘도 고양이의 생명을 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몰리 영상 보기

한희숙 번역가 pullkko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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