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미국 시애틀에 도착하는 것을 시작으로 취임 후 첫 미국 국빈 방문에 나선다. 시 주석 방미를 계기로 두 나라 사이에 이른바 ‘신형 대국관계’의 내실 있는 새틀이 마련될지, 아니면 사이버 안보와 남중국해 영유권 등을 둘러싼 대립이 격화될지 놓고 국제사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 주석이 워싱턴을 바로 찾지 않고 시애틀을 경유하는 건 미ㆍ중간 협력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넓은 경제분야를 지렛대 삼아 사이버 보안, 남중국해 영토분쟁 등 난제 해결의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보잉,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아마존 등의 본거지가 밀집한 시애틀에서 시 주석은 ‘미ㆍ중 인터넷 산업 포럼’과 미국 최고경영자(CEO) 좌담회 등 일정을 소화한다. 시애틀 행사에는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과 리옌훙(李彦宏) 바이두(百度) 회장, 마화텅(馬化騰) 텅쉰(騰訊ㆍ텐센트) 회장, 양위안칭(楊元慶) 롄샹(聯想ㆍ레노보) 그룹 회장 등 중국의 IT 업계 거물들도 동행한다.
하지만 방미의 핵심은 워싱턴을 찾는 25일이다. 이날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사이버 해킹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인권 문제 등 양국간 민감한 현안을 논의하게 된다. 두 정상 토론 테이블에는 미국이 중시하는 글로벌 기후변화와 북핵 문제 등 국제적 현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 두 나라가 기존 정책에 중대 변화가 포함된 합의에 이를 경우 한반도 주변 정세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실제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정쩌광(鄭澤光) 부장조리(차관보) 등 중국 외교부 고위인사들은 지난 주 양국 정상이 한반도 핵 문제에 대한 긴밀한 협의를 통해 새로운 합의에 이를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은 2013년 미국 방문 당시 제안한 미ㆍ중간 신형 대국관계의 내실화를 강하게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큰 틀에서는 ‘신형 대국관계’에 공감하지만, 개별 국제현안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짜놓은 질서를 존중하라는 태도인 만큼 양국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안보 분야에서는 갈등이 노출되겠지만, 경제분야에서는 상당한 성과가 예상된다. 양국 정상이 지루한 협상이 지속되고 있는 양자간 투자협정(BIT)의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미 양국간 고속철, 발전소 등 각종 경협 분야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은 2013년 6월에 이어 국가주석 취임 후 두 번째이며, 국빈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 개인으로 보면 1985년 허베이(河北)성 정딩(正定)현 서기 시절 첫 방미 이후 이번이 7번째 방미다.
시 주석은 26일에는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으로 이동, 28일까지 머물면서 제70차 유엔총회 등 각종 유엔 회의에 참석한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28일 유엔총회 무대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 방미를 앞두고 21일 유엔 창설 70주년에 관한 중국의 입장이란 문서를 발표, “유엔은 지난 70년간 가장 권위 있는 정부간 국제기구로서 안보, 발전, 인권, 인류진보 등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평가한 뒤 “각 회원국들은 유엔 헌장 정신에 따라 신형 국제관계와 인류 운명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자”고 촉구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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