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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의 TV다시보기] 조금 밋밋해도 좋은 '어셈블리'

입력
2015.08.0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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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어떻게 생각했는데요?” “인간 쓰레기들이 사는 쓰레기장.”

국회의원들을 ‘인간 쓰레기’로, 국회를 ‘쓰레기장’으로 대범하게 표현했다. KBS2 수목드라마 ‘어셈블리’에서 김규환(옥택연)이 한 말이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여러 사람의 입을 대신한 것 같아 속이 후련했다. ‘반청파’(반청와대파)의 수장인 5선 의원 박춘섭(박영규)이 “정치가 복잡한 것 같아도 결국은 머릿수 싸움입니다. 계파 없이 정치 없습니다”며 정치 초년병인 진상필(정재영)에게 훈계하는 장면도 압권이었다.

이런 장면도 있다. 넋을 놓고 있던 김규환에게 의원 보좌관 최인경(송윤아)은 국회의사당 본청을 20초 안에 한 바퀴 돌라고 주문한다. 그리고선 무작정 “몇 개야?”라고 묻는다. 당연하게도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온다. “본청에 세워진 24개의 기둥은 우리나라의 24절기, 본회의장에 붙은 전등은 365일을 의미하는 거야. 1년 내내 게으름 피우지 말고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야.” 최인경의 앙칼진 가르침은 시청자에게 국회의사당의 정보를 제공하려는 건 아닐 게다. 국회에서 살다시피 하는 자들에게 전하는 강한 메시지다. 정치인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 통쾌하기까지 하다. 보좌관 출신 정현민 작가의 현장 감각이 통한 거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밋밋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날 선 풍자가 아쉽다는 것이다. 국정원 해킹 의혹과 노동개혁 문제를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는 국회,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여당 국회의원 등 현실에 대한 비판이 더 세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KBS 내부에서조차 “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당면 사안이나 사건 등을 언급할 수 없는 것에 안타까워한다.

그래도 긍정적인 평가는 있다. 한 언론관계자는 “세월호 축소 보도에 이어 이승만 정부의 일본 망명설에 대한 반론보도, 국정원 해킹 축소 보도 의혹을 받으며 ‘공영방송이 맞느냐’고 질타를 받는 KBS가 ‘어셈블리’를 방영한다는 것만으로 대단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CJ E&M과 닐슨코리아가 조사한 콘텐츠파워지수(CPI)에서 ‘어셈블리’는 222.1점으로 드라마 장르 중 1위(전체 프로그램 중 8위)를 차지했다. 화제성과 몰입도 면에서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 20,30대 젊은 층에 어필하고 있다는 증거다. 더 날카롭지 못하면 어떤가. 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촌철살인 대사만으로 이리도 즐거운데.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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