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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DMZ 애착’ 원혜영 의원의 꿈

입력
2015.12.0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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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북한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 현장을 시찰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박상은·이재오·정병국·정세균·원유철·강창희·나경원·원혜영·심윤조 의원. 국회 제공
지난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북한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 현장을 시찰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박상은·이재오·정병국·정세균·원유철·강창희·나경원·원혜영·심윤조 의원. 국회 제공

대한민국 안에 있지만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지역들이 있습니다.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남북 2km에 달하는 비무장지대(DMZ)가 가장 대표적일 텐데요, 최근 국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DMZ 다시 보기’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원칙적으로 출입이 금지돼 고요하기만 했던 이 지역이 시끄러워진 이유가 뭘까요.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DMZ 평화적 이용과 남북 역사교류’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원혜영(경기 부천 오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김영우(경기 포천ㆍ연천) 새누리당 의원이 공동주최한 행사였습니다. 원 의원은 개회사에서 “철책선 한가운데 자리한 궁예도성의 발굴로 남북 교류협력에 큰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07년부터 남북이 공동조사를 실시해 바로 전날 고려시대 금속활자를 발굴한 만월대처럼 DMZ 내 궁예도성 공동조사를 통해 남북 민간 차원의 교류ㆍ협력을 이어가자는 취지였습니다.

원 의원은 지난달에 성사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의 만월대 유적 발굴현장 방문을 직접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그때부터 DMZ 안에 있는 궁예도성을 남북이 평화역사지구로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이 같은 그의 행보를 보면 고개가 갸웃해집니다. 이번 토론회의 공동 주최자인 김 의원처럼 자신의 지역구가 DMZ와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 의원이 DMZ 문제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다름아닌 ‘군대 경험’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는 이날 기자와 만나 “민주화운동을 하다 강제징집을 당해 최전방 철책선이 있는 강원 철원의 6사단에서 박박 기었다”며 “당시 월하리 아이스크림고지(삽슬봉) 백두OP 등에서 근무하면서 철원은 누구 못지 않게 잘 안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당시 20대였던 원 의원은 철원에서 군생활을 하며 DMZ에 있는 우리 민족의 역사유적들을 언젠가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전날 만월대의 성과 때문인지 이날 토론회에는 최문순 강원지사와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한기호(강원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 새누리당 의원 등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대변했습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재 국방문화재연구원장은 “과거에 비해 남북 간의 이질감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화되고 있다”며 “궁예도성과 그 도읍을 남북이 공동으로 조사하는 일은 우리가 같은 역사공동체라는 인식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궁예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입니다. 1999년 방송된 드라마 ‘태조왕건’에서 눈가리개를 쓴 스님이라는 파격적인 차림으로 등장해 “옴마니 반메흠”을 외치며 관심법을 쓰는 독특한 카리스마를 가진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기도 했죠. 그러나 망국을 세웠던 악역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그의 기벽만 부각될 뿐 실제 행적은 아직도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남북의 공동조사를 첫걸음으로 언젠가는 DMZ 내에 잠들어 있는 궁예가 세웠던 후고구려의 도읍지를 자유롭게 드나들 날을 꿈꿔 봅니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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