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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처럼…” 중학생이 교실서 부탄가스 터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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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처럼…” 중학생이 교실서 부탄가스 터뜨려

입력
2015.09.0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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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다니던 학교 찾아가 범행

인명피해 없지만 창문 벽 등 부서져

'A중 테러' 동영상 찍어 올리고

도주 중 SNS 글... 과대망상 성향

검거 당시 휘발유.포죽 등 소지

"다른 데서도 해보려 했다" 진술

서울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부탄가스를 터트리고 관련 동영상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학생이 도주 끝에 경찰에 검거됐다. 이 학생은 지난 2007년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를 난사한 한국계 대학생 조승희처럼 기록을 남기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1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이모(15)군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원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군은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서울 양천구의 A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소형 부탄가스에 불을 붙여 폭발시킨 혐의다. 사고 당시 해당 학급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받던 중이라 인명피해는 없었다. 폭발 충격으로 창문과 출입문, 벽 일부가 부셔져 교실 밖 복도 쪽으로 튕겨져 나갔다.

이군은 사고 발생 3시간 만에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범행 장면을 담은 동영상 두 개를 올렸다. ‘A중 테러’라는 제목의 첫 번째 동영상에는 이군이 교실 한복판 바닥에 쌓아둔 종이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 찍혔다.(작은 사진) 경찰 관계자는 “부탄가스 두 개를 인화물질(종이 뭉치) 사이에 두고 불을 붙였는데 한 개만 터졌다”며 “방향에 따라 다르지만 사람이 있었다면 다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동영상에서는 이군이 폭발 직후 학교 밖으로 나오며 상황을 중계하는 음성이 담겨 있다. “엄청난 폭발음입니다. 학생들의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부탄가스를 한 개 더 가져오는 건데”라는 내용이다.

이군은 이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조승희 (총기난사)처럼 뭔가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군은 지난해 2월 서초구의 중학교로 전학을 갔고, 새로운 학교에서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대안학교 입학이 결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군의 학교 성적은 상위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군은 새로운 학교에서 범행을 저지르려 했으나 경비가 치밀해 전학 전 학교를 범행 장소로 택했다. 이군이 동영상을 게재하고, 도주 과정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데 대해 과대망상 성향이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군은 송파구의 공원 의자에 앉아 있다 경찰이 자신을 발견하자 별다른 저항 없이 검거됐다. 압송 과정에서 “엄마 얼굴을 보니 눈물이 난다”며 범행을 후회하는 발언을 했다. 검거 당시 이군의 가방에서는 휘발유가 들어 있는 1.5리터 페트병과 라이터, 대형 폭죽 2개가 발견됐다. 이 군은 “또 다른데 가서도 (범행을) 해 보려고 그랬다”고 진술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ookilbo.com

▦ 일명 ‘조승희 사건’은 2007년 4월 16일 미국 버지니아 주 블랙스버그에 위치한 버지니아 공대 캠퍼스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으로 당시까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살인 사건으로 언급되고 있다. 조승희는 당시 미국 영주권자였고, 인종차별에 대한 불만이 범행 동기로 추정됐다. 이 사고로 32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었고 29명이 부상을 입었다. 조승희 역시 총기 난사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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