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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인)이 건물에 있다” 성매매 일당에 감금됐다 쪽지로 살아난 외국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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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인)이 건물에 있다” 성매매 일당에 감금됐다 쪽지로 살아난 외국여성

입력
2017.07.0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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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태국(인)이 건물에 있다. 알려주세요. 나는 도움을 요청(합니다).”

지난 5월 16일 새벽 4시20분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슈퍼마켓에 태국인 여성 A(22)씨가 동행한 젊은 남성의 눈을 피해 서툰 한국말로 쓴 쪽지를 종업원 B씨에게 건넸다. B씨는 이 쪽지에 영어로 “112에 신고해 줄까(112, Call)?”라고 적었지만 동행한 남성을 의식한 A씨는 지금은 아니라는 의미로 손사래를 쳤다.

아무래도 미심쩍었던 B씨는 이날 오전 퇴근길에 인근 경찰서 민원실에 쪽지를 전했다. 경찰은 피해자와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쪽지 내용에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고 이들의 동선을 파악했다. 경찰은 CCTV가 끝나는 지점 주변 건물에 대한 탐문을 실시, 폐업한 철학관 건물을 범행장소로 예의주시하고 수사망을 좁혀갔다.

때마침 쪽지 제보 이틀 뒤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재차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남겼다. 불법 마사지 업소에 있고 자신이 있는 곳은 철학관 간판이 달려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발견한 외국인지원센터 직원이 당일 경찰에 신고,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곧바로 철학관 건물을 덮쳐 성매매 업주 이모(38)씨와 브로커 김모(40)씨, 태국인 여성 5명, 한국인 종업원 1명 등을 차례로 검거했다.

성매매 일당을 붙잡게 한 태국인 여성의 쪽지. 부산=연합뉴스
성매매 일당을 붙잡게 한 태국인 여성의 쪽지. 부산=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폐업한 철학관에서 성매매를 알선해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철학관 간판은 그대로 두고 출입문을 잠가 폐업한 업소처럼 위장한 채였다. 입구에는 CCTV를 설치하고 성매매 여성들의 여권을 빼앗아 도망가지 못하게 감시하며 사전에 확인된 성매수 남성만을 출입시켰다. 이씨는 성매매 여성에게 소개비 명목으로 첫 월급을 공제했고 성매수금의 40%만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브로커 김씨는 B씨 등 태국인 여성들을 관광비자로 입국시켜 이씨에게 소개, 1인당 300만~500만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 업소에서 성매수를 한 혐의로 남성 53명을 입건하고 성매매 업주의 휴대폰에 있는 약 2만명의 연락처 가운데 성구매 혐의가 의심되는 남성 300여명을 추가로 조사키로 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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