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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행정처, 중요사건 정보 사전수집… 영장 발부에 개입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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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행정처, 중요사건 정보 사전수집… 영장 발부에 개입 의혹

입력
2018.07.04 04:40
수정
2018.07.04 20:4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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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대법이 제출한 410개 문건 중

‘성완종 리스트 영향 분석’ 보면

당시 사건 개입 정황 드러나

“예규 따라 일선 판사 업무 보고

불필요한 일에 악용 가능성”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한국일보 자료사진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한국일보 자료사진

재판 이외의 사법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법원행정처가 ‘중요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일선법원으로부터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이 최근 검찰에 제출한 410개 문건 중에는 이렇게 수집된 정보가 재판 거래에 활용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내용도 담겨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법원행정처가 수사기관에서도 철저히 보안을 지키는 압수수색 단계에서부터 일선 법원으로부터 사건 정보를 보고 받고 있는 점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대법원의 예규 ‘중요사건의 접수와 종국 보고’에 따르면 일선 법원은 ‘중요사건’으로 분류한 사건에 관련한 정보를 법원행정처에 보고해야 한다. 예규는 중요사건으로 ▦국회의원, 국무위원, 정부위원, 전ㆍ현직 법원공무원(법관 포함), 검사, 변호사,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이 피고인인 형사사건 ▦중요 선거범죄사건 ▦앞선 두 범주 사건 관련 구속영장ㆍ압색영장ㆍ구속적부심 결정ㆍ보석 또는 구속집행정지 결정 등 ▦국민참여재판 ▦언론이 보도한 사건 중 사안이 중대하거나 사회에 미칠 영향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 ▦동일한 법률원인에 의해 단기간 내 접수된 여러 개 동종 사건을 규정하고 있다.

해당 사건을 접수한 법원은 재판사무시스템에 공소장이나 판결문 등을 요약하거나 일부를 보고해야 한다. 다만, 압수수색이나 영장과 관련한 사항은 결정이 난 후 보고하게 돼 있다. 사법행정 지원이나 사법정책 수립을 위해 필요하다며 1983년 제정된 예규는 11차례 개정을 거쳐 지금도 시행 중이다.

문제는 ‘수사의 밀행성’ 때문에 검찰 등도 철저한 보안을 요구하는 압수수색이나 구속영장 발부 단계에서부터 사법행정 업무를 맡은 행정처가 사건 정보를 파악해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와 청와대의 ‘재판거래’ 의혹 문건 가운데 일선 법원에서 올라온 정보의 활용을 의심케 하는 흔적이 있다. 지난달 26일 대법원 측이 검찰에 제출한 410개 문건 중 ‘성완종 리스트 영향 분석과 대응방향 검토’(2015년 4월 12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작성)에는 이 같은 정황이 나타났다. 이 문건의 ‘리스트 관련 수사진행 과정 및 재판 절차’ 항목에는 “특히 6월 임시국회까지는 영장의 적정한 발부에 관심 기울일 필요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 이어 ‘對BH(청와대) 및 對입법부 협조 및 우호관계 유지 방안’ 부분에는 “기소 전까지는 적정한 영장 발부 외에는 다른 협력 방안 없음”이라고 적시돼 있다.

법조계에선 ‘영장의 적정한 발부’가 기본적인 사건 정보 파악을 전제로 하는 데다, 영장 발부를 두고 협력한다는 대목은 행정처 혹은 그 ‘윗선’이 발부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예규에 따라 일선 판사의 영장 발부 여부 등 구체적인 사법업무가 일일이 보고되는 건 판사의 독립을 해칠 수 있다”며 “각종 영장 심사도 재판으로 보는 법원 입장에서 보면 헌법 위반 소지까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헌법 제103조는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규정하고 있다.

한 지방법원의 부장판사는 “각종 통계 파악이나 행정적 지원 등을 위한 예규 취지와 달리 최근 상황으로 보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가 이 예규를 불필요한 일에 악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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