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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두 달만의 달걀 출하, 웃을 수만은 없는 동물복지농장

입력
2017.04.2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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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은 지난 27일 두 달여 만에 달걀을 출하했다. 배터리케이지가 아닌 평지에서 살고 있는 이곳 농장 닭(왼쪽)과 AI발병 이전 달걀을 출하하는 모습. 참사랑동물복지농장 블로그 캡처
전북 익산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은 지난 27일 두 달여 만에 달걀을 출하했다. 배터리케이지가 아닌 평지에서 살고 있는 이곳 농장 닭(왼쪽)과 AI발병 이전 달걀을 출하하는 모습. 참사랑동물복지농장 블로그 캡처

지난 27일 전북 익산 망성면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은 거의 두 달 만에 달걀을 출하했습니다.

지난달 5일 이 농장에서 2.1㎞ 떨어진 육계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 이 농장의 닭들이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었는데요. 실제 인근 농장 닭 85만 마리는 모두 살처분 됐습니다. 하지만 참사랑 농장주는 살처분 명령을 거부하고 행정 당국과 법적 공방을 벌였고, 그 사이 AI 최대 잠복기간인 21일이 지나게 된 겁니다.

닭들은 여전히 팔팔하게 살아 있고, 출하하지 못한 달걀이 20만개까지 쌓여가면서 익산시는 지난 19일 농장의 분변·환경 시료검사를 했고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20일 가축방역협의회를 열어 랑 농장의 달걀 출하를 허용했습니다. 결과 어제 오후 이곳 달걀 5,000개가 두 달여 만에 농장 밖으로 나오게 된 겁니다.

이는 이 농장이 ‘AI보호 지역’에서 ‘예찰 지역’으로 전환된 데 따른 것인데요.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실시요령에 따르면 예찰 지역으로 전환된다는 건 예찰 결과 이상이 없을 경우 식용란 출하가 가능해진다는 걸 뜻합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예찰 지역 전환 시점과 통보 시점입니다. 이 농장지역이 예찰 지역으로 전환된 건 3월28일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해당 농장주는 3주가 넘게 이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농장주와 살처분 반대를 지지해 온 동물단체들은 지난주까지도 예찰 지역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해왔던 겁니다. 참사랑 농장이 제 때 통보를 받았더라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달걀을 출하할 수 있었고, 경제적 손실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농장주는 예찰 지역으로 전환된 3월28일 전에 생산한 계란 9만9,000여개는 모두 폐기했습니다. 달걀에는 문제가 없지만 살처분 명령이 떨어진 기간에 생산됐기 때문이라는 이유입니다.

익산시의 입장은 조금 다릅니다. 전환 시점 당시 법원은 농장이 제기한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해 “살처분에 예외는 없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손을 들어주는 등 살처분 집행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던 상황이라는 겁니다. 또 익산 지역에 AI발생이 이달 2일에서야 진정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지난달 말 농장주가 예찰 지역으로 전환됐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도 당장 달걀을 출하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농장주와 동물단체가 예찰 지역으로 전환된 걸 모르는 상황에서 전환해줄 것을 요구함에도 이를 통보하지 않은 점은 이해가 가질 않는 대목이긴 합니다. 예찰 지역으로 전환됐지만 살처분 논란이 남아 있어 출하는 어렵다고 통보하는 게 정확했던 거 아닐까요.

농장주가 아직 마음 놓고 웃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살처분 논란 역시 계속 진행 중이라는 겁니다. 법원은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를 기각했지만 농장은 항소해 살처분 여부 역시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결국 살처분 명령이 유효한 닭들의 달걀이 시중에 풀리는 아이러니 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죠.

이제라도 소중한 달걀을 폐기하지 않고 출하하게 된 점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 살처분 논란과 AI방역 대책에 대한 고민을 끝내서는 안됩니다. 이번 참사랑 복지농장 사례가 무조건 적인 살처분이 능사가 아니었음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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