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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생태!] 산속 습지에 사는 1㎝ 조개를 아시나요

입력
2018.02.10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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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조각으로 집 짓는 굴뚝날도래

다 자라도 500원 동전 크기

꼬마잠자리 등 수서생물들

대부분 유충ㆍ성충 모습 달라

종 분류 어렵고 정보 부족

개체 특성 기초연구 필요

나뭇잎조각을 붙여 기다란 굴뚝 처럼 집(왼쪽)을 짓는 굴뚝날도래(오른쪽)가 집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나뭇잎조각을 붙여 기다란 굴뚝 처럼 집(왼쪽)을 짓는 굴뚝날도래(오른쪽)가 집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2016년 여름날 아이와 강원 평창군 오대산국립공원 상원사로 가는 도중 계곡 옆 조그만 웅덩이를 발견했습니다. 아이가 웅덩이 속 가리킨 것은 아주 조그마한 낙엽이었습니다. “상수리 나뭇잎”이라고 답하던 중 나뭇잎에 뭔가 붙어 있는 게 보였습니다. 아이가 “빨대같이 생긴 거”라고 표현한 건 곤충인 굴뚝날도래의 집이었습니다. 낙엽을 물에 넣고 기다리니 굴뚝날도래가 머리를 내밀고 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굴뚝날도래는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곤충은 나뭇잎조각을 붙여 원통형에 가깝게 기다란 굴뚝처럼 집을 짓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굴뚝날도래입니다. 머리는 노란색에 가깝고 검은색 세로줄무늬가 세줄 보입니다. 이들은 애벌레같이 생긴 연약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집을 짓고 살아갑니다. 산속 웅덩이, 습지 등 물이 맑은 곳에 서식하는데 배마디 끝 항문 쪽에는 고리발톱으로 굴뚝모양의 집 안쪽을 걸고 있어 위험할 때에는 몸을 수축해 집안으로 순식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진동에 민감하며, 큰 위협이 가해지면 집을 포기하고 맨몸으로 나와 숨으려 합니다. 굴뚝날도래는 국외반출승인대상종으로 국내를 제외한 해외로 나갈 경우 꼭 승인을 받아야 하는 우리나라의 생물자원입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야생생물의 멸종을 방지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멸종 위험이 높은 생물을 선정하고, 이들 종의 분포 및 서식 현황을 수록한 자료집을 발간하고 있는데요.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도 이를 기반으로 2011년부터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을 기록하는 적색자료집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굴뚝날도래는 관심 대상으로 분류되어 있지요.

굴뚝날도래와 같은 수서생물은 어류나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물 아래에 서식하는 성질을 가진, 눈으로 식별이 가능한 크기의 척추가 없는 동물), 부착조류 등 물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을 말하는데요.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하며, 오염원이 없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 분포하는 산지 습지에서만 사는 실제 보기 어려운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들은 하천, 호수, 연안, 저수지, 습지 등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서식하지만 크기가 작고 종마다 서식하는 곳이 다릅니다. 돌 밑이나 모래, 진흙 속에 숨어 살기도 하고 나뭇잎, 나뭇가지, 작은 돌처럼 보호색 또는 위장용 집을 짓고 살아가기 때문에 찾기도 알아보기도 어려운 게 특징이죠.

우리나라에서 고도가 높은 최상류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효심조개’라고도 불리는 산골조개. 국립생태원 제공
우리나라에서 고도가 높은 최상류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효심조개’라고도 불리는 산골조개. 국립생태원 제공

산골조개는 산속 용천수(지하 용출수)나 용천수 발원지 근처 늪지 또는 산지습지에서 서식합니다. 우리나라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고도가 높은 최상류지역에서 발견되며 다 커도 1㎝가 채 되지 않습니다. 산골조개는 호흡과 먹이활동을 동시에 하는 입수구(입)과 출수구(항문)만 내밀고 있는데 그 부위의 패각(조개껍데기)만 붉은색이나 검은색을 띕니다. 우리나라 담수에 서식하는 이매패류(패각이 두개)는 글로키디움이라는 유생을 출수구를 통해 배출해 개구리나 물고기의 몸에 기생하다 어느 정도 자라면 물속 바닥으로 이동해 먹이를 먹고 자랍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민물고기인 납자루와 말조개의 공생관계입니다. 일반적으로 납자루가 조개 몸 속에 산란을 하고 조개가 납자루 알을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조개만 육아를 담당하는 게 아닙니다. 말조개 또한 글로키디움이라는 유생을 뿜어 납자루의 몸에 유생을 자라게 만드는 것이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산골조개는 깊은 산속, 유량이 많지 않고 물고기가 거의 없는 환경이므로 말조개와 납자루처럼 공생관계를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산골조개는 몸 속에서 자가 육아를 통해 20~30개의 새끼 산골조개를 키웁니다. 성체가 다 커도 1㎝가 안 되는데 새끼들은 얼마나 작을까요. 산골조개는 과거 바다 밑바닥에서 땅이 융기하면서 산꼭대기의 발원지에서 적응해 살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까지도 그 과정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산골조개는 효자조개라고도 불렸다고 합니다. 옛날 늙은 어머니를 모시는 아들이 어머니를 위해 산속에서 작은 산골조개를 잡아 조개국을 끓여 모셨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높은 산에 올라가야 하고 발견하기도 쉽지 않으며 크기가 작아 조개국을 끓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만큼 정성을 들여야 잡을 수 있고 효심이 지극하지 않으면 힘들었다는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는 국가장기생태연구 점봉산 중점생태연구지소 산지습지에서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산골조개 역시 국외반출승인대상종이며, 한국고유종으로 우리나라의 중요한 생물자원입니다. 적색목록 종 정보에서는 멸종우려종의 취약 대상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호흡할 때 아가미술을 펴는 모습이 꽃이 피는 것을 연상시키는 민날강도래. 국립생태원 제공
호흡할 때 아가미술을 펴는 모습이 꽃이 피는 것을 연상시키는 민날강도래. 국립생태원 제공

민날개강도래는 강도래목 중에서 유일하게 성충이 되어도 날개가 없는 종입니다. 민날개강도래의 ‘민’은 ‘없다’는 뜻으로 이름만으로 생김새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민날개강도래는 3년 이상의 유충시기를 가지며, 9~11월에 성충이 됩니다. 수심이 매우 얕고, 물이 차며, 낙엽이 많은 모래 바닥에 고도가 높은 산의 발원지에서만 서식합니다. 몸길이는 20~30㎜이고, 낙엽이나 모래와 비슷한 갈색 또는 어두운 갈색을 띄며, 얼룩무늬를 가지고 있어 주변 환경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발견하더라도 움직임이 느리고 위협을 느끼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죽은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민날개강도래는 다른 강도래와 달리 배마디 끝에만 다발을 이루는 꽃모양의 아가미술을 갖고 있는데요. 이 꽃모양의 기관아가미로 물속의 용존산소(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를 이용해 호흡을 합니다. 호흡할 때 아가미술이 몸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모습이 마치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아주 예쁩니다. 민날개강도래는 위협을 느끼면 대부분 죽은 척을 합니다. 하지만 죽은 척하는 것이 소용없을 때에는 꼬리를 이용해 적이 있는 쪽으로 꼬리를 들어 위협을 합니다. 그러나 민날개강도래가 서식하는 곳엔 물고기가 살지 않으니 위협적인 행동은 거의 할 일이 없을 겁니다. 수중카메라로 생태사진을 찍을 때 꼬리를 들어 위협하는 행동을 볼 수 있는데 아주 귀엽습니다. 민날개강도래속은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서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립공원자원조사를 통해 2016년 국가장기생태연구 점봉산 중점생태연구지소 내 산지습지 발원지에서 추가적으로 서식하는 게 확인됐습니다. 민날개강도래는 한국고유종, 국외반출승인대상종, 적색목록 종 정보에는 준위협 대상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민날개강도래의 성충은 날개가 없어 멀리 이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서식처가 매우 협소하고 서식처가 파괴되면 절멸하기 쉬운 종입니다. 앞으로 기후변화 지표종으로서의 가치가 높습니다.

몸길이가 15~25㎜정도에 불과한 데다 고도가 높은 습지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발견하기 쉽지 않은 좀뱀잠자리 유충. 권순직 생태자원연구소 책임연구원 제공
몸길이가 15~25㎜정도에 불과한 데다 고도가 높은 습지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발견하기 쉽지 않은 좀뱀잠자리 유충. 권순직 생태자원연구소 책임연구원 제공

좀뱀잠자리의 ‘좀’은 작다는 뜻입니다. 몸길이가 15~25㎜정도이고, 낙엽색깔과 비슷한 황갈색이나 검은색, 붉은색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머리, 가슴, 배로 이루어져 있고 가슴에 다리가 세 쌍이 있습니다. 물속 바닥을 기어 다니거나 진흙 속에 숨어있는 먹이를 잡아먹습니다. 워낙 고도가 높은 습지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유사종으로 가는좀뱀잠자리, 시베리아좀뱀잠자리, 좀뱀잠자리, 한국좀뱀잠자리가 있으나 생태학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잠자리인 꼬마잠자리 수컷(왼쪽)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붉은색을 띄는 반면 암컷은 흰색, 갈색, 검정색이 번갈아가며 교차무늬가 나타난다. 권순직 생태자원연구소 책임연구원 제공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잠자리인 꼬마잠자리 수컷(왼쪽)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붉은색을 띄는 반면 암컷은 흰색, 갈색, 검정색이 번갈아가며 교차무늬가 나타난다. 권순직 생태자원연구소 책임연구원 제공

마지막으로 산지습지의 대표적인 수서생물인 꼬마잠자리를 소개합니다. 꼬마잠자리는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생물보다는 많이 알려져 있는 편입니다. 꼬마잠자리,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꼬마처럼 작은 생물입니다. 얼마나 작을까요? 다자란 꼬마잠자리 성충이 500원짜리 동전 안에 들어갈 만한 크기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잠자리이지요. 꼬마잠자리 성충은 암컷과 수컷이 크기는 비슷하나 색깔은 전혀 다릅니다. 수컷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붉은색을 띄는 반면 암컷은 흰색, 갈색, 검정색이 번갈아가며 교차무늬가 나타납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Ⅱ급이며 발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속생물도감 저자이자 사진제공자인 권순직 생태자원연구소 책임연구원이 꼬마잠자리를 처음 발견했을 당시 크기가 너무 작아 기형이 아닌가 의심을 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저 또한 같은 생각을 했었지요. 꼬마잠자리는 산지습지나 고산의 묵논(기존에 농사를 짓다가 오래도록 농사를 안 지어 묵혀놓은 땅)에 서식합니다.

대부분의 수서곤충은 유충과 성충의 생김새가 너무 다르고 유충 시기에는 생식기가 없어 분류학적으로 종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수서생물들의 특징 때문에 분류학적, 생태학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기초연구와 모니터링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어디에 어떤 생물이 서식하는지 알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면 이제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왜 살고 있는지, 그 역할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때입니다. 산지습지 생물들은 평생을 좁은 공간에서 살아갑니다. 야생동물 한 마리나 한 사람만으로도 짧은 시간에 서식처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부에서 보호가치가 높은 습지들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대표적으로 점봉산 중점생태연구지소에서 산지습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산골조개, 민날개강도래 등 알려지지 않은 생물들의 서식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물들을 연구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귀한 생명인 산지 습지 작은 구성원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손세환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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