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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타격 ICBM 사거리 입증한 북한… 재진입 기술 검증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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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타격 ICBM 사거리 입증한 북한… 재진입 기술 검증엔 한계

입력
2017.11.2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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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두 차례 발사한 ‘화성-14형’ 개량형일 가능성

고도 최대… 최대비행거리 9000~1만3000㎞ 추정

고각 발사여서 아직 미완인 듯… 추가 발사 가능성

7월 28일 발사되고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도쿄=AP 연합뉴스
7월 28일 발사되고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도쿄=AP 연합뉴스

북한이 29일 새벽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로 적어도 미국 본토에 닿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사거리를 확보했다는 주장은 입증했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그러나 고각 발사 방식이어서 최대 난관인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 검증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실험이 7월 두 차례 쐈던 ‘화성-14형’의 비행 거리를 늘리고 최대 사거리를 보여주려는 의도였을 거라고 대체로 평가한다. 화성-14형이 맞다면 올해 들어 세 번째 발사다.

일단 고도가 세 차례 중 가장 높다. 북한이 이날 오전 3시 17분쯤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발사한 이 미사일은 고도 4,500㎞까지 올라갔고 960㎞를 비행한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했다. 비행 시간은 50여분이다. 7월 4일 발사된 화성-14형은 고도와 비행 거리가 각각 2,802㎞, 933㎞였고 비행 시간은 39분이었다. 이번이 고도는 1.6배 높고 비행 거리ㆍ시간 모두 길다. 같은 달 28일 발사 때는 화성-14형이 45분간 998㎞를 날았고 3,724㎞까지 올라갔다. 비행 거리가 약간 모자라지만 고도는 이번이 훨씬 높다.

통상 전문가들은 최고 고도의 2~3배를 최대 비행 거리로 추산한다. 이를 적용하면 이번 미사일이 정상각으로 발사됐을 경우 최소 9,000㎞, 최대 1만3,000㎞를 날았을 것으로 계산된다. 한미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미사일의 최대 비행 거리가 최대라는 데 이견이 없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화성-14형의 3차 발사로 보이는 이번 시험은 사거리 증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500~600㎏짜리 표준 탄두를 싣는다면 9,000㎞ 정도 날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이번 북한 미사일의 사거리를 1만3,000㎞ 이상으로 추정하는 전문가가 있고, 일본 방위성도 역대 최장 거리를 비행한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 동해안에서 미 알래스카까지 거리는 5,000여㎞, 서부 연안까지는 8,200여㎞다. 이번 미사일이 미 서부 연안을 타격하기에는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주(主)엔진을 개조하는 대신 버니어 엔진(보조엔진)을 추가하는 방식일 공산이 큰 만큼 사거리 확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안정적으로 미 본토까지 날아가는 미사일을 완성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장영근 교수는 “단기간에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발사 가능한 직경ㆍ길이의 ICBM급 주엔진을 개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최대 사거리를 보여주느라 보조엔진 6~8개를 묶어 급한 대로 썼을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가 대기권 재진입 기술 검증 용도였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대기권을 벗어나 비행하는 ICBM은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탄두에 6,000~7,000도의 고열이 발생하는데 이때 탄두를 손상시키지 않고 목표 지점에 탄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통상 재진입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게 군과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장영근 교수는 “탄두의 정밀 유도 제어와 화학적 삭마 등 재진입 기술을 검증하려면 정상 각도로 미사일을 발사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고각 발사한 걸 보면 아직 북한이 재진입체 기술을 시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반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9월 유엔 총회 때 미 뉴욕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언급한 태평양상 실거리 발사를 위한 기술 확인 또는 사전 점검 차원일 가능성이 있다”며 “꼭 성공해야 하는 시험 발사인 만큼 대기권 재진입 등 기술적으로 보완하고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도 “고각 발사의 경우에도 마찰이 있는 만큼 재진입 기술 검증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없지 않다”며 “누구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이 29일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리춘히 아나운서가 조선중앙TV를 통해 이런 내용의 정부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연합뉴스
북한이 29일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리춘히 아나운서가 조선중앙TV를 통해 이런 내용의 정부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연합뉴스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확보할 경우 핵탄두를 미국 본토까지 운반하는 ICBM을 사실상 완성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이 올 들어 세 번째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이런 기술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김동엽 교수는 “북한이 이번 발사에서 기술적 문제만 완벽하다고 자신한다면 올해 내에 정상적으로 추가 발사를 하고 갈 가능성이 크다”며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 핵무력 완성이 막바지라고 했기 때문에 내년 신년사에서는 완성했다고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일본 등 일부에서 제기되는 다탄두 미사일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 얘기다. 장영근 교수는 “미 ICBM인 미니트맨의 다탄두용 후추진체(PBV)는 무게만 1,000㎏”이라며 “기존 북한 미사일의 2단 구조와 엔진 추력으로는 미국까지 미사일을 보내는 건 어림도 없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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