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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권위에 금 가나… 중국 이어 아프리카서도 가로막힌 주교 임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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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권위에 금 가나… 중국 이어 아프리카서도 가로막힌 주교 임명권

입력
2018.02.20 18: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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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31일 바티칸 세인트 피터 광장에서 연설을 마치고 걸어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31일 바티칸 세인트 피터 광장에서 연설을 마치고 걸어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교황이 굴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지 평사제단의 거센 반발로 5년 가까이 착좌(着座)하지 못한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한 교구장의 사임을 수용한 것을 놓고 외신들이 내놓은 평가다. 교황청이 최근 교세 확장을 이유로 중국 정부에 주교 임명권까지 내준 터라 교황의 권위에 금이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바티칸 교황청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교황이 나이지리아 이모주 아히아라 교구의 피터 에베레 옥팔레케 주교의 사임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옥팔레케 주교는 2012년 12월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임명한 인물로, 현지 사제와 신자들은 옥팔레케 주교가 앙숙 관계인 다른 부족 출신이라며 그의 취임을 강력히 반대해왔다. 임명 당시 반대 세력들이 교회 문을 걸어 잠그면서 취임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옥팔레케 주교는 “여기서 성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은 모두에게 재앙과도 같은 일”이라며 “이 곳에 남는 게 더 이상 교회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사임 의사를 밝혀 왔다.

그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이 옥팔레케 주교를 감싸온 것을 감안하면 사임 수용은 반전이다. 아히아라 교구의 일반 사제들이 계속해서 새 주교를 받아들이지 않자, 교황은 지난해 6월 복종 서약서를 30일 내에 보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일부 사제들은 끝까지 항의하며 교황 권위에 도전했고, 교황도 결국 이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역의 요구에 교황이 항복을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로이터도 “교황청과 아히아라 사제들 간의 갈등은 교황의 권위를 시험하는 이례적인 전쟁으로 떠올랐다. 이는 차후 교구장을 지명하는 것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양보는 교황이 중국 공산당 정권에 중국 지하 가톨릭의 주교 임명권을 사실상 양보키로 한 뒤에 나온 것이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홍콩 교구 교구장을 지냈던 조셉 젠 추기경은 “그들(중국)은 우리를 비웃고 있을 것”이라며 “교황의 양보가 있더라도 공산당은 그 대가로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교황이 중국을 방문해 천안문 광장에서 거대한 군중의 환영을 받는 모습을 기대하는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중국의 강경파들은 그런 걸 허용할 만큼 순진하지 않다. 그들은 폴란드에서 공산주의가 붕괴할 때 교회가 한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회 주변에서는 아프리카와 중국이 가톨릭 교세가 확대되는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경우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신자가 1억8,600만명에서 2억2,200만명으로 급증했고, 중국은 정부의 박해로 1,000만~1,50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보다 확대될 잠재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위신 손상에도 불구, 교황청이 교세 확장에 더 큰 의미를 뒀다는 것이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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