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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총격 사망, 사격통제ㆍ인솔 등 총체적 관리 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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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총격 사망, 사격통제ㆍ인솔 등 총체적 관리 소홀

입력
2017.10.0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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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도비탄 아닌 유탄 피격”

총 2.39도 올리면 피격지점 직격

어느 총서 발사됐는지는 확인 못해

경계병에 이동제한 임무 부여 안해

소대장 등 3명 구속영장 신청키로

군, 190개 사격장 중 50여개 사용중지

국방부 조사본부가 9일 공개한 육군 6사단 병사 총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격장의 전경(왼쪽)과 현장에서 수거한 탄두 조각. 국방부제공
국방부 조사본부가 9일 공개한 육군 6사단 병사 총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격장의 전경(왼쪽)과 현장에서 수거한 탄두 조각. 국방부제공

지난달 총탄에 맞은 육군 6사단 병사의 사망 원인은 사격장에서 직접 날아온 총탄인 유탄으로 확인됐다. 앞서 육군은 사고 직후 다른 물체에 맞고 튕겨나간 도비탄 피격으로 추정해 혼선을 부추기고 유가족의 반발을 자초했다.

군 당국은 사격훈련 통제와 병력 인솔, 사격장 안전 등 이번에 드러난 총체적인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육군 간부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사단장을 비롯한 군 간부 16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9일 “K-2 소총을 사격할 때 반동이 생기는데, 사격장의 구조상 총구가 2.39도만 위로 들어올려져도 탄이 사고장소까지 직선으로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사격장 뒤편에 있는 주변의 나무에서 70여 개의 피탄흔이 발견된 점에 비춰 이번 사고 원인은 도비탄이 아닌 유탄”이라고 밝혔다.

총을 쏜 사선에서 표적지까지는 200m, 방호벽까지는 280m, 사고장소까지는 340m 떨어져 있는데 총탄이 표적과 방호벽을 넘어 사격장 바깥으로 날아갔다는 것이다. K-2 소총의 유효사거리는 440m에 달하는데도 사격장 주변으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6사단 19연대 소속 이모(22) 상병은 지난달 26일 강원 철원군 금학산 정상에서 장병 27명과 전투진지 공사를 마치고 내려와 사격장 주변을 지나던 중 머리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 만에 숨졌다.

조사본부는 사고 이후 줄곧 논란의 초점이던 도비탄 여부에 대해 “탄두 표면에 다른 물체와 충돌하거나 이물질이 묻은 흔적이 없고, 이 상병의 우측 광대뼈 부위에 총탄이 들어간 곳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다”며 사망 원인이 도비탄으로 추정된다는 육군의 당초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와 관련, 사고 현장에 있던 부소대장(중사)이 부대 작전과장과 통화하면서 “탄이 튄 것 같다”고 최초 보고했고, 이후 상부에 줄줄이 같은 내용으로 보고되면서 도비탄이 사고 원인으로 부각됐다는 게 조사본부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사격장 뒤로 수목이 우거져 있다 보니 사선에서 직접 날아온 유탄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육군은 안전 관리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격훈련통제관인 최모 중대장(대위)은 사격장 뒤편 양쪽으로 수백m 떨어진 곳에 각각 2명씩 4명의 경계병을 배치하고도 명확하게 임무를 부여하지 않아 병력 이동을 제지하지 못했다. 또 병력 인솔 부대 책임자인 박모 소대장(소위)과 김모 부소대장(중사)은 총성을 듣고서도 병사들이 그대로 사격장 주변을 지나도록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군 당국은 이들 3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또 6사단 사단장(소장)과 참모장(대령), 교육훈련참모(중령), 교육훈련장관리관(상사) 등 책임간부 4명과 병력 인솔, 사격 훈련, 사격장 관리를 맡은 각 부대의 지휘관, 실무자 12명 등 총 16명에 대해서는 지휘ㆍ감독 소홀과 성실의무 위반의 책임을 물어 징계절차를 밟기로 했다.

다만 조사본부는 이 상병을 향해 날아든 총탄이 우리 군이 쓰는 5.56㎜ 탄두라고 확인했으나 어느 총에서 발사됐는지는 특정하지 못했다. 조사본부는 “총열 안의 홈을 따라 총탄이 나갈 때 묻는 긁힘 자국은 지문처럼 서로 달라 구분할 수 있지만, 이 상병의 두개골을 지나면서 강한 마찰로 지워져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선에서는 84명의 병사가 6명씩 조를 이뤄 사격훈련을 하고 있었다. 조사본부는 조준사격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선에서 사고장소까지 340m나 떨어진 데다 수풀에 가려져 있어 육안으로 사격장 뒤편을 관측하거나 겨냥하기 불가능하다”고 부인했다.

육군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체 190개 사격장에 대한 특별점검을 통해 50여개의 사격장이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해 즉각 사용 중지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 상병을 순직 처리하는 한편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할 계획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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