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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ㆍ방청객 소동으로 아수라장 된 헌재 심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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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ㆍ방청객 소동으로 아수라장 된 헌재 심판정

입력
2017.02.2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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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측 김평우 전 대한변협 회장

다음 기일에 발언기회 주겠다고 하자

“그럴 거면 왜 헌법재판관 하나” 막말

탄핵심판 15차 변론기일인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이정미 권한대행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탄핵심판 15차 변론기일인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이정미 권한대행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함부로 재판을 진행해요? 12시에 변론 끝내야 한다는 법칙 있습니까?”

2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15차 변론기일이 마무리되기 직전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72ㆍ사시8회)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변론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면서 헌재 대심판정이 아수라장이 됐다. 재판부가 다음 기일에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김 전 회장이 “반드시 오늘 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자 방청객까지 합세하며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대심판정 소동’은 이날 낮 12시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재판을 마치겠다고 하자, 갑자기 김 전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시작됐다. 이 권한대행이 “어떤 내용이냐”고 물었고, 김 전 회장은 “시간이 12시가 넘었는데, 제가 당뇨가 있습니다. 시간을 조금 주시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권한대행이 재차 “어떤 내용이냐”고 묻자, 김 전 회장은 “잠깐만요, 제가 말씀 드릴게요. 제가 조금 어지럼증이 있어서 음식을 조금 먹어야겠는데 그럴 시간을 좀 주실 수 있는지 물어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권한대행이 “그러시면 다음 번에 하시는 걸로 하고 오늘 변론은 마치겠다”고 말했지만, 김 전 회장은 마이크에 대고 “오늘 하겠다”고 버텼다. 재판부가 반드시 이날 변론을 해야 하는 이유를 묻자 “준비를 해왔으니까 점심을 못 먹더라도 (지금) 변론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권한대행이 그러자 강한 어조로 “김 변호사님, 재판 진행은 저희가 하는 겁니다”라고 제지하며 “다음 번에 충분히 기회 드릴 테니 (오늘은) 마치겠다”고 말렸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저는 오늘 하겠다”며 재판장의 허가도 받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연단으로 향했다. 옆자리에 앉은 서석구 변호사가 한 손으로 김 전 회장을 붙잡으며 말렸지만 소용 없었다.

이 권한대행이 직권으로 변론 종료를 선언하고 재판관들이 퇴장하자, 김 전 회장이 “저는 오늘 하려는데 왜 이러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가 준비 다 해왔는데, 12시에 변론을 끝내야 한다는 법칙이 있냐”며 “그럴 거면 왜 헌법재판관씩을 해요.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냐”고 소리쳤다.

곧이어 방청석에서도 고성이 나왔다. 한 남성이 “(전직) 변호사협회 회장이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며 소란을 피웠고, 방호원들이 이 남성에게 다가가 “법정에서 예의를 지켜달라”며 퇴정을 요구했다.

김 전 회장의 돌발행동에 대통령 측 대리인단도 적잖이 당황했다. 이중환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이) 저희들과 사전에 상의하지 않아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16일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에 합류한 김 전 회장은 2009~2011년 제45대 대한변협 회장을 지냈으며, 1972년부터 7년 동안 판사로 근무했다. 소설가 김동리 선생의 아들이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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