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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와 헤픈엔딩… 에픽하이, YG에선 날아볼까

입력
2016.11.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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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힙합이 국내에 상륙한 지 20여 년 만에 주류 음악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대중화 과정에서 쌓아온 노력과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MC(래퍼)들도 생겨나고 있다.

자이언티, 지코를 사랑하지만 주석, 피타입을 모르는 새내기 힙합팬을 위해 준비했다. 여기, 새로운 라임(운율)과 플로우(흐름)를 개발하며 힙합의 발전을 끌어간 MC들을 소개한다.

다이나믹 듀오, 리쌍, 윤미래, 지누션….

힙합의 대중화를 끌어온 인재들이 있다. 음악적 소신을 지키면서 대중성을 높이는 실험은 지난 20여년간 꾸준히 이어졌다. 3인조 힙합그룹 에픽하이(Epik High)도 그랬다. 여느 힙합가수보다 대중적인 음악으로 흥행가수가 됐다.

음악은 경쾌했지만 가볍지 않았다. '평화의 날' 'Fly' 등 일렉트로닉과 힙합의 결합으로 2000년대 초반 새로운 장르를 구축했다. 이후 록, 재즈 접목 등으로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면서 이들은 얼터너티브 힙합(랩 위주의 정통 힙합이 아닌 팝 형식의 대중 힙합)의 대명사로 거듭났다.

힙합그룹 에픽하이는 데뷔 전 사기를 당해 1집 앨범 발매를 늦췄다. 울림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기 전까지 이들은 술집, PC방 등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힙합그룹 에픽하이는 데뷔 전 사기를 당해 1집 앨범 발매를 늦췄다. 울림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기 전까지 이들은 술집, PC방 등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 데뷔 전부터 사기 당한 '비운의 그룹'

한국계 캐나다인 타블로(본명 이선웅)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김건모의 정규 5집 앨범에 수록된 캐롤을 작사하면서 음악에 눈을 떴다. 2001년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시작했고 그 다음해 'The Konexion'이라는 앨범에 래퍼로 참여했다.

미쓰라 진(본명 최진)은 케이 라이더스라는 팀 소속으로 활동하다가 해체를 맞았고 가라사대 레이블과 계약을 했다가 바로 나오는 등 방황의 연속이었다. DJ 투컷(본명 김정식)은 CB Mass(힙합듀오 다이나믹 듀오의 전신)에서 객원DJ로 활동하고 있었다. 에픽하이 1집 프로듀서인 J Win의 소개로 모인 세 사람은 뜻을 모아 팀을 결성했다.

야심차게 데뷔를 준비했지만 순탄치 않았다. 앨범 제작 단계에서 사기를 당해 빚을 졌다. 이후 세 사람은 PC방, 술집, 영어 강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2003년 울림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한 후에야 정규 1집 앨범을 발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규 1집은 매니아적 요소가 짙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다음해 정규 2집이 발매된 후 타블로가 예능에 출연하면서 에픽하이는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2005년 발매된 정규 3집부터 상승 기류를 타기 시작한다. 타이틀곡 'Fly'는 일렉트로닉 전자음에 랩을 접목시켜 실험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멜로디를 잘 살렸다. 에픽하이는 컴백하자마자 각종 음악 방송 무대에서 1위를 기록했고 앨범 누적판매량 16만장을 달성했다. 팀의 정체성을 확립한 에픽하이는 이후에도 'Paris' 'Love Love Love' '우산' 등 얼터너티브 힙합 제작을 이어갔다.

기반을 다진 에픽하이는 3년 뒤 울림엔터테인먼트를 나와 독립 소속사 '맵더소울'을 설립했다. 맵더소울 공식사이트를 통해 새 앨범을 발매하고 온라인 쇼케이스를 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맵더소울은 타블로의 학력 위조 논란이 수면 위에 오른 2011년 폐쇄됐다.

타블로는 긴 시간 학력 논란 의혹에 시달렸다. 법적 공방까지 간 사건은 2011년 법원이 타블로의 손을 들어주면서 끝이 났다. 타블로는 일련의 사건이 마무리 된 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움과 분노를 느껴본 적이 없다"며 "(현재 상태는) 치유된 것이 아니라 (생각이) 변했다"고 심경에 대해 전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타블로는 긴 시간 학력 논란 의혹에 시달렸다. 법적 공방까지 간 사건은 2011년 법원이 타블로의 손을 들어주면서 끝이 났다. 타블로는 일련의 사건이 마무리 된 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움과 분노를 느껴본 적이 없다"며 "(현재 상태는) 치유된 것이 아니라 (생각이) 변했다"고 심경에 대해 전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2. 타블로가 학력 위조? 역대 악플러 '사이버 명예훼손'

타블로를 소개할 땐 늘 고학력 스펙이 따라붙었다. 그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영문학과 창작문예학 전공 학사, 영문학과 석사 과정을 밟은 인재다. 남다른 학력으로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유명세를 타면서 스펙은 악재로 돌아왔다. 활동 내내 학력 위조 의혹에 시달렸는데, 2010년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이하 '타진요')라는 온라인 모임까지 신설될 정도였다. '타진요'는 회원이 20만명으로 불어났다. 타블로는 언론 매체를 통해 직접 학력 인증서, 성적 증명서를 공개하고 직접 스탠포드 대학교를 찾아가는 강수까지 뒀다. 그러나 되레 문서 위조, 교묘한 방송 편집 의혹까지 뒤집어 쓰는 결과만 초래했다.

진실공방은 결국 법정까지 갔다. 2010년 8월 타블로는 네티즌 2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IP주소가 중복된 2명을 제외한 20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2011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1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타진요' 전 운영자 등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6명을 수배했다. 미성년자인 2명은 기소 유예됐다. 이후 타블로는 2명에 대한 소를 취하했고, 검찰은 남은 9명에 대해 모욕죄를 추가해 공소했다.

2012년 6월 '타진요' 회원 9명에게 최고 2년 6월이 구형됐다. 한 달 후 3명은 징역 10월을 선고 받아 법정 구속됐고, 6명에게는 징역 8~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후 건강 상의 이유로 공판에 오지 못한 1명 외에 회원 8명 전원이 고집을 꺾고 선처를 호소했다. 2012년 10월 8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7명의 항소를 기각하고 1명의 형량을 낮추면서 2년 간의 학력 위조 논란은 막을 내렸다.

타블로의 위기는 팀의 위기로 이어졌다. 타블로가 '타진요'와 싸움을 벌이는 사이 DJ투컷과 미쓰라 진이 입대해 팀은 공백기를 가졌다. 타블로는 의혹을 털어낸 후 아내인 배우 강혜정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다. 이후 에픽하이 해체설이 돌았으나 나머지 멤버들도 전원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면서 활동을 이어갔다.

2008년 SBS '인기가요' 리허설 중인 힙합그룹 에픽하이. 왼쪽부터 미쓰라 진, 타블로. 백댄서 뒤로 DJ 투컷이 보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8년 SBS '인기가요' 리허설 중인 힙합그룹 에픽하이. 왼쪽부터 미쓰라 진, 타블로. 백댄서 뒤로 DJ 투컷이 보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3. 청소년 유해 컨텐츠 생성 그룹?

에픽하이는 1,2집까지 매니아층의 선호를 받았다. 정규 3집 앨범부터 팀의 색깔을 찾아가면서 힙합 팬과 일반 대중을 모두 아우르는 그룹으로 성장했다. 언더, 오버그라운드의 경계가 비교적 뚜렷했던 당시엔 매니아과 일반 대중의 기호를 모두 충족시키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직설적인 가사와 컨셉으로 유독 방송 심의에 많이 걸리기도 했다. 3집 타이틀곡 'Fly'의 뮤직비디오는 인질극 소재로 일부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 정규 4집 앨범은 MBC에서 무려 3곡이나 방송 심의에 걸렸고, 정규 5집의 후속곡 'Breakdown'은 뮤직비디오의 폭력성 때문에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앨범이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돼 노래 'Believe'를 통해 지나친 심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정규 1집 'I Remember'

●정규 2집 '평화의 날'

●정규 3집 'Fly'

●정규 4집 'Love Love Love'

●정규 4집 'Fan'

●정규 5집 '우산' (Feat. 윤하)

●정규 5집 'One' (Feat. 지선)

●정규 8집 '헤픈엔딩' (feat. 이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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